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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지표수 조화로운 관리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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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5년 4월 28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봄 가뭄이 심각했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 중순까지 강릉 등 동해안 지역의 강수량은 161㎜로 평년 강수량(625.2㎜)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직면했다. 농업용수만이 아니라 생활용수의 부족까지 심각해져 제한 급수까지 시행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라 평균 강수량은 줄지 않지만, 지역별 국지적 심각한 가뭄 피해와 집중호우에 의한 침수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관개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밭작물 재배 지역에서는 영농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시설원예농업 발달 지역 ‘물 부족’
농업용수 이용 방식의 변화에 따라 물 부족 문제는 강수량이 풍부한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강수량이 풍부하지만 지하수 이용이 많은 제주도 농촌 지역이나 시설원예농업이 발달한 농촌 지역에서 지하수위의 저하에 따른 물 이용 여건 악화 문제가 심각해져 농업생산의 지속성이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5년 쌀 시장 개방의 관세화 전환, 밭농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중 FTA의 서명 임박, 밭작물 소비의 증대 등의 여건 변화와 더불어 지표수와 지하수의 조화로운 이용·관리를 통한 안정적 밭 농업 발전 기반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시설원예농업의 경우 난방비 절감을 위한 지하수 이용 수막 보온 재배가 확산되고 있다. 일정한 온도, 양호한 수질 등의 측면에서 지하수 이용이 중요한 시설원예농업의 경우 대부분 지하수 이용 여건이 유리한 대규모 하천 주변이나 논 농업 중심 지역에서 발달하고 있다. 대규모 하천 주변은 하천의 유량이 풍부해 지하수 함양이 상대적으로 원활하고, 논농업 발달 지역도 벼농사 재배 기간 동안 담수 농업으로 지하수 함양이 유리한 특성을 지닌다. 실제 논농업에 대한 직불제 지원 등도 논농업의 담수 기능에 기반을 하고 있을 정도로 담수 논농업은 지하수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하수 개발 및 이용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 고갈 등 물 이용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는 문제와 물이용을 둘러싼 농업인들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주 ‘농업용수 광역화사업’ 주목
제주도 지역에서는 이미 일부 고소득 밭작물 발달 지역에서 심각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해안지역에서 분출하는 용천수를 상류부의 인공 저수지에 저류시켜 지표수로 활용하도록 해 지하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른바 ‘농업용수 통합 광역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안가 용천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지 직전 양수해 상류부의 저류지에 저장하고, 이를 지표수 공급 방식으로 활용하여 농업용수 공급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규모 하천 주변 시설원예농업 발달 지역에서도 최근 하천수의 활용을 통한 4계절 강변 여과수 공급을 위한 이른바 ‘시설농업단지 지하수 함양 사업’을 정책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즉 대규모 하천 주변에서 수막 보온 재배 시설 등의 증대로 지하수 이용이 급증하면서 지하수위 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나자 지하수가 풍부한 하천 인근의 강변 여과수를 끌어들여 지하수가 부족한 지역에 공급함으로써 인위적인 지하수 함양을 도모해 안정적 농업생산기반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2015년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제7차 세계물포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표됐다. 이집트 나일강 하류 서부 델타 지역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하수를 활용해 고소득작물 생산을 통한 농업 발전과 농가소득 증대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 지역이다. 그런데 지하수 이용이 급증하면서 지하수 부족과 과다한 염분 함유 문제가 발생해 지표수와 지하수의 조화로운 이용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정부는 나일강의 풍부한 하천수를 끌어들여 지표수를 공급하고 지하수 함양을 동시에 도모해 안정적 농업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자 했다. 나일강 하류 서부 델타 관개 사업의 경우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일정 수준의 농업인 비용 부담을 통해 적절한 농업용수 사용량 통제, 효율적 물 이용 체계 구축을 도모했다.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물 부족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인 적절한 물 사용량 조절을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 사례의 경우 해안가 용천수의 지표수 활용을 위한 정부의 기반정비 투자 지원이 이뤄지겠지만, 지속적인 물 이용을 위해서는 농업인의 적절한 물 사용량 통제를 위한 비용 부담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농업용수, 생활용수 모두 지하수 이용이 많아 물 이용간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농업 생산 활동에 대한 일반 국민의 비판적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시설원예 농업이 발달한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지역의 물 이용과 토지 이용상의 문제가 심화될 경우 궁극적으로 국내 시설원예농업의 지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게 된다.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관리를 위한 농업인의 적절한 참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표수와 지하수의 조화로운 이용·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물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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