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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정책의 씨줄과 날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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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섭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5년 4월 24일
김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귀농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2010년 통계청 조사 자료에서 농사 경력 1년 미만인 신규 취농자 수가 3만 5,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은 신규 취농자 가운데 귀농인 비율이 절반쯤 될 듯하다.

농촌에서 ‘앞으로 누가 농사를 짓겠느냐’는 것만큼 절박한 물음도 없다. 귀농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귀농 열풍 속에 정책 외연이 확장된 것은 사실이다. 상담‧교육이 강화되고, 농촌 시‧군마다 ‘귀농‧귀촌 지원센터’ 등의 간판을 내걸었다.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제정되었다.

그런데 귀농 정책은 내용적으로 잘 대응해 왔는가? 두 측면을 짚어본다. 하나는 귀농인 개인에, 다른 하나는 농촌 지역사회에 관한 것이다.

귀농이 늘면 건강한 농민층도 자동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귀농을 부채질하기만 하면 될까? 2014년 귀농 가구 1호당 경지면적은 044ha, 전체 농가 평균의 1/3 수준이었다. 농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젊은 귀농인이 특히 중요한데, 젊다는 것은 ‘돈 없음’을 뜻한다. 귀농 가구 중에는 당장의 생활비를 걱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젊은 귀농인이 농업의 미래를 걸머질 주체라면, 그들의 안정적 정착이 핵심 정책 과제다. 처음 3년이 어렵다. 영농 기반이 옹색하고 농사일은 몸에 익지 않고 생활비도 곤궁하다.

일본에는 신규 취농자가 1년 동안 농업법인에 취업하여 신규 취농을 준비하게 돕는 정책이 있다. 월급 받고 농사지으면서 농업을 충분히 배우고 창업농 계획을 짠다. 그 과정을 거쳐 지역농업을 승계할 인력으로 인정되면 과감하게 지원한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취지로 귀농인을 채용하는 농업법인이 몇 있다. 이런 노력을 끌어안아 정책을 개발할 수는 없을까?

물론, 귀농 가구원 중 한 명을 법인이 고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기에서 귀농 정책의 사회적 차원이 드러난다. 농촌과 도시의 생활상 차이점은 인간관계에서 잘 드러난다. 농지를 임차하려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봐야 소용없다. 이웃의 도움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혼자서는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어렵다.

많이 사라졌지만, 마을을 가꾸는 활동을 주민이 함께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었다. 농촌에서 인간관계는 그 자체로 경제적 자산이다. 그래서 ‘어울림’은 귀농인에게 아주 중요한 숙제다. 기왕이면, 그 어울림이 겸업인 동시에 지역사회 서비스를 증진하는 활동이면 어떨까?

방과 후 학교 강사, 노인 요양보호 서비스, 문화예술 분야의 여러 활동, 유아 보육 등에 귀농인이, 특히 여성 귀농인이 참여하여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 활동을 정책으로 기획하고 촉진할 수는 없을까?

쇠락해 가는 농촌에 귀농은 뜻밖의 기회로 다가온다. 그러나 ‘희망자’ 모객에 급급하고 귀농 인구 수치에만 골몰하는 여행사 스타일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귀농 가구가 건강한 가족농으로 정착하게 돕는 것이 귀농 정책의 씨줄이다. 그들이 농촌 지역사회 안에 어울리면서 사회 자본을 확장하도록 이끄는 것이 귀농 정책의 날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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