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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관개시설 관리체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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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4년 11월 25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용수 개발에 의한 관개개선 사업은 농업생산 증대 효과가 큰 핵심적인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이다. 관개개선사업은 그 동안 식량, 특히 쌀 자급 기반 확충 차원에서 주로 논 위주로 추진돼 왔다. 경제성장과 소득증대에 따른 농산물 소비 구조의 변화로 쌀 이외의 작물 재배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중 FTA 추진 과정에서 밭농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밭 관개 개선을 포함하는 밭 기반정비 확대 추진이 강조되고 있다.

수리시설 관리 경작자에 맡겨 방치

밭 농업 기반정비와 관련해 핵심적인 사업이 용수 개발에 의한 관개개선과 진입로 포장 정비 사업이다. 밭농업지역에서 농업용수 개발 및 수리시설 설치는 고부가가치 농작물 생산을 가능하게 해 농업 소득 증대에 큰 기여를 한다. 밭농업 중심인 제주도의 경우 과거 관개용수 부족으로 보리 등 일부 품목만 생산되던 밭농업지역이 관개개선으로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등 상대적 고소득작물 재배단지로 전환돼 농촌 사회의 큰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11만ha의 밭에 대한 기반정비를 완료할 계획이었다가 한·중 FTA 대응 등의 차원에서 목표치를 18만ha로 상향 조정한 바 있으며, 최근 밭 기반정비 대상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논 위주의 농업용수 개발 및 수리시설의 관리는 한국농어촌공사(과거 농지개량조합)관리구역과 지방자치단체관리구역으로 구분돼 이뤄져 왔다. 밭 농업의 경우 품목의 다양성, 소규모 분산 등의 문제가 논에 비해 심해 대규모 용수 개발이 곤란하고 체계적 관개용수 관리도 힘들어 지방자치단체관리구역으로 편재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논 수리시설에 비해 밭 수리시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상태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규모 수리계가 조직돼 나름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현지 일부 밭 경작자에 의한 자율 관리로 방치돼 있는 상태다.

농업인, 물 부족 문제로 이웃과 갈등

최근 지자체관리구역에서 관개의 편의성 등으로 인해 지하수 개발 및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농업인의 농업용수 사용량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물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 지하수 고갈 등 물 이용의 안정성 훼손 문제도 발생하고, 물 이용을 둘러싼 이용자들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환경론자들의 문제제기도 나타난다. 최근 제주도의 활발한 리조트 등의 개발 과정에서 물 이용 갈등이 제기될 상황이다. 특히 밭농업이 중심이고 지표수 이용이 곤란한 제주도에서는 현재 사람이 먹는 물이나 농작물이 이용하는 물이나 모두 지하수 이른바 ‘삼다수’다. 전체 물 이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업용수 절약이 강조된다. 농업용수 이용을 효율화하자는 차원에서 농작물 물 공급에 지하수(삼다수)로 공급하는 것보다 해안가 용천수를 직접 이용하거나 용천수를 상류부 저류지로 양수·저장해 지표수를 공급하는 광역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예컨대 북제주시 한림읍 옹포지구 농업용수 광역화사업은 약 600ha로 2단, 3단 양수에 의한 저류지(저수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업이 완료된 이후 수리시설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수리시설 관리 전문 기관인 농어촌공사의 직접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현행법에 의하면 농어촌공사관리구역에서는 농업인의 농업용수 이용량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농업인의 자율적 물 사용량 관리가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 농어촌공사에 의한 전문적 수리시설 관리도 중요하지만, 농업용수 및 수리시설의 합리적 이용·관리도 중요하다.

농업용수 사용 기반 유지 필수과제

일부 지자체 관리구역에서 지하수 이용 관개시설(관정) 지구를 조사하면 농업인 부담 경감 차원에서 관개시설 설치만이 아니라 양수에 필요한 전기료 등을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일부 농업인은 본인 비용 부담이 없자 물을 과다하게 사용함으로써 물 부족 문제가 발생해 이웃 농업인들과 물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 제주도의 일부 사례지구의 경우 농업인의 비용 부담이 없어지자 농업인들의 물 사용량 관리가 힘들어 기존의 밭 관개시설(관정)은 물 부족 및 소금물 농도 심화 현상 등의 문제가 발생해 새로운 관정을 개발해달라는 요구가 증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농업 수리시설 및 농업용수 사용량을 적절히 관리할 주체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하수 이용이 많은 밭 관개 시설의 경우 적절한 사용량 관리와 이를 통한 안정적 물 사용 기반 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앞으로 밭 관개 대상 지역이 더욱 확대될 전망인데, 차제에 밭 관개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체계 구축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자원인 물을 농업인 스스로 협력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농촌사회의 공동체적 관리 전통을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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