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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의 미래 성장 방향: 수직적 통합에서 수평적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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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심재헌

 

KREI 논단 |  2014년 11월 7일 
심 재 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나라 농가수는 2000년 1,383천 가구에서 2013년에는 1,142천 가구로 해마다 감소에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농업의 부가가치액은 2010년 연쇄가격으로 2000년 21조 원에서 2013년 24조 원으로 증가하였다. 단순한 수치로 본다면 2000년 가구당 부가가치생산성이 약 1,500만 원에서 2013년에 2,100만 원으로 600만 원가량 상승한 것이다. 따라서 농가의 실질 소득도 23.4백만 원에서 32.6백만 원으로 증가하였다. 이렇게만 본다면 우리 농업과 농촌의 경제적 문제는 완화되어 가고 있다고 단순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실제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동기간 동안 2인 가구 기준으로 보았을 때 도시근로자는 가구 소득이 93% 증가하였고, 농가 소득은 50%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도시에 사는 가구가 농가보다 1.88배 빠르게 소득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소득 증가의 차이는 농촌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정도의 소득 증가도 일부 상위 농가에 의해서 발생한 통계적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2003년 농가 수입 상위 20%가 전체 수입의 52.5%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3년에는 농가 수입 상위 20%가 전체 수입의 62.1%를 차지하는 구조로 되어가고 있다. 즉 생산성의 증가가 농촌 전 지역으로 낙수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일부 상위 농가에서 그 효과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의 증가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러한 생산성의 증가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을 어떻게 고루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냐이다.

20세기의 2차 산업혁명은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한 수직적 통합으로 그 빛을 발휘하였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농촌에서도 수직적 통합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농업의 새로운 소득원 창출을 도모하고자 하는 여러 정책 수단이 도입되고 있다. 농업 부문에 기업의 참여 확대와 강소농 육성 정책, 수직적 통합 관점에서 6차 산업화 추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수직적 통합을 통해 규모화와 경쟁력 강화를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무한 경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성의 증가가 선한 것이며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우리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생산성의 증가로 인한 이점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려해볼 시기이다.

이미 2차 산업혁명을 지배했던 수직 통합형 독점기업들도 수평적 연대의 경제 네트워크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실제 정보화의 발달과 함께한 수평적 연대로 인해 음악 산업, 출판업계, 인쇄 및 전자 매체, 교육, 엔터테인먼트 산업들에서는 소수의 독점기업의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 우리 농촌에서도 정보화의 진전으로 생산자의 시장접근 경로가 다양해지고 용의성이 증대되고 있다. 즉, 직거래의 활성화, 로컬푸드의 부상, 꾸러미 사업 등 농가 단위에서 생산품의 소비자시장 접근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최근 생산 부문에서도 정보화와 3D프린터 같은 신기술의 도입으로 기업이 아닌 소규모 농가 단위로 생산성 증가를 이룰 수 있는 도구를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무료에 가깝게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 그리드 같은 전력 기술의 발달도 농촌에 에너지 자립을 이루어 내고 농가 생산품의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수평적 연대를 확산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 발달로 인해 우리 농촌도 더 이상 수직적 통합으로만 성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칠십 여 년 전에 수직적 통합의 생산성 증가에 따른 ‘대량생산’보다는 수평적 연대의 ‘대중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대량생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중생산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집과 이웃에서 행하는 지역 생산, 즉 ‘스와데시’를 제안하였다. 사람을 일이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일을 사람에게 가져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농업·농촌도 수직적 통합을 중심으로 생산성만을 쫓아 일부의 성장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수평적 연대의 경제발전 체제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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