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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프리바(PRIVA) 탄생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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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2014년 10월 28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부문에서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반 미래성장산업화 전략을 논의하면서 선진 사례로 네덜란드의 첨단시설원예산업의 발달을 자주 언급한다. 네덜란드 시설원예산업은 ICT기술 융합에 의한 시설내 환경제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생산성과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한다. 이러한 것은 농업인의 뛰어난 경영 능력과 함께 좋은 시설 설비와 환경제어 장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문회사인 프리바(PRIVA)사 등의 발전으로 가능했다.

전세계로 수출원예 제품·기술 수출

네덜란드의 프리바사는 1959년 농업용 온실에 필요한 난방시스템을 수입 판매하는 가족 경영 형태의 단순한 무역회사에서 시작해, 1977년 원예 농업과 온실 운영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컴퓨터를 출시해 작물이 필요로 하는 조명, 온도, 수준, 영양요소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출시,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농업용 온실 환경을 조절하는 역량을 활용해 1983년 도심에 있는 다양한 빌딩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며 네덜란드 공공 건물의 상당 부분에 내부 환경 관리 및 조절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 프리바사는 전 세계로 시설원예 관련 제품과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첨단 시설원예 농업경영체에서는 프리바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프리바사 등 투입재 생산 기업의 지속적 성장으로 우수한 품질의 시설원예 관련 설비와 장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시설 설치 후 사후관리체계도 안정화돼 네덜란드의 시설원예농가들은 안정적으로 생산에 종사할 수 있다. 영세한 농업부문 ICT업체들의 경영기반과 시장 여건이 취약해 잦은 도산과 경영 부실 현상이 발생해 최근 ICT융합 모델화사업에 참여한 농가들은 사후관리를 받기 힘들고, 표준화되지 않아 호환성이 없는 다양한 회사의 제품 사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시설원예, 축산 등에 대한 농식품 ICT확산 정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 참여를 위해 국내 46개 ICT업체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등록하고 있다. 통신분야 대기업인 LG유플러스와 KT를 제외한 등록 44개 ICT업체의 자본금 규모는 평균 3억8000만원, 연간 매출액은 약 40억원, 평균 고용규모는 20.5명, 기업활동 연구는 9년에 불과하다. 다른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 기업 활동의 역사도 짧을 뿐만 아니라 영세해 자체 기술 개발 능력도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30억원 이상 12개 업체를 제외하면, 72.1%인 31개 업체가 30억원 미만으로 평균 20억원 남짓한 상태이다. 고용규모로 보아도 72.7%인 32개 업체가 20인 미만으로 평균 10명 남짓하다. 규모의 영세성으로 일관적인 기술 개발이나 보유도 힘들고 부분 기술이면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기술 및 기자재 보급 사업을 하고 있다.

표준화된 시설·기술로 호환 가능

네덜란드 프리바사 등 대형 업체에서는 표준화된 시설, 시설 내 다양한 환경 제어 장치 등을 모두 일괄 생산·공급해 기술 표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영세한 ICT업체가 제각각 부분적인 기술과 기자재만을 개발·공급하여 기술과 기자재의 표준화와 호환이 곤란하고, 동일한 분야에 대한 기술과 기자재 규격이 다른 경우도 발생한다.

농업 경영체의 입장에서는 전체 시설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기자재를 일괄 공급받거나 표준화돼 호환이 가능해야 시설의 효율적 설치와 영농관리가 가능한데, 국내 영세한 시설 설치 및 ICT업체로부터는 그러한 일괄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결국 고품질 수출 농업 등을 위한 환경관리와 품질 관리가 필요한 일부 첨단시설원예 농장은 고가의 외국산 제품을 사용하고, 고장시 원거리로 인한 사후 서비스의 불편함과 고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네덜란드가 투입재 산업과 농업이 함께 안정적으로 발전한 것은 세계적 투입재 기업으로 성장한 프리바사와 같은 기업들과 농업경영체 간의 상생의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돼 가능했다. 이와 같은 농산업과 투입재 산업간의 상생적 발전이 가능한 산업생태계의 조성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중요하다.

ICT융합 기반 창조농업이라는 새로운 농업 및 정책틀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농업만이 아니라 ICT관련 산업 및 업체의 안정적 발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ICT 관련 새로운 기술의 안정적 개발과 활용 기반 구축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 자본과 기술개발 연구능력, 경영능력과 시장 개척 능력 등을 갖춘 역량있는 기업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업 역량을 농업부문이 활용할 수 있어야 농업의 지속적 성장과 미래성장산업화 전략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농업계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련 산업·업체 안정적 발전 도모

작년 영세한 몇몇 농업부문 ICT업체들이 조직화해 안정적 ICT 시설 설치와 사후관리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시설원예ICT융복합협동조합”을 설립, 현재 활동 중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조만간 한국의 프리바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국내 민간 기업 및 조직은 선진기업의 발전 과정 분석을 통해 자신의 발전 방향 및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성공 모델 구축에 대한 비전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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