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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송편 빚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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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광선

 

KREI논단 |  2014년 9월 11일 
김 광 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쇠고 다시 생업에 복귀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추석에도 가족들과 함께 송편을 빚어 맛있게 먹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도대체 언제부터, 무슨 연유로 송편을 빚게 되었을까?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 3년에 땅에서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는데, 등껍질에 "백제는 만월(滿月)이요, 신라는 반달이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의자왕이 불러온 점술가는 "백제는 이미 가득 찬 달이라 그 운이 다했고 신라는 반달과 같이 새롭게 차오를 것이다"고 글귀의 뜻을 풀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소문이 신라까지 전해졌고 그 때부터 신라 사람들은 신라의 번성을 기원하는 의미로 보름달이 뜨는 추석에 반달 모양의 송편을 정성껏 빚어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솔잎을 깔고 쪄 내어 송병(松餠)이라고도 하지만, 그 유래는 매우 오래되었고, 이제 그 의미도 가족과 함께 빚고 이웃과 함께 나눔으로써 서로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는 뜻으로 전해지며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이 되었다.

추석의 송편 빚기를 생각하면 최근 정부에서 힘을 쏟고 있는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정책이 떠오른다.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정책이 농촌의 발전과 번영, 그리고 농촌 주민의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정책 의지를 담고 있기에 송편 빚기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서이다. 필자 역시 송편 빚기의 마음을 더해 정부의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기원하며 농촌 융복합산업 정책의 몇 가지 추진방향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농촌 융복합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농촌에 있는 유·무형의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산업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 융복합산업은 농업(1차)×2차×3차 산업이라는 기존 6차 산업의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농산물, 자연, 문화 등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이용하여 산업화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높이는 산업화 전략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의 첫 걸음은 농촌 자원의 가치 발견과 발굴이다.

둘째,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정책은 농촌에 바람직한 산업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간의 농촌산업 육성은 주로 대상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따랐다. 그러나 산업을 동종의 다수 사업자를 모아 놓은 것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재화와 용역의 직접적인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물류, 연구·개발, 교육·훈련, 금융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시스템이 산업이다. 이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농촌 융복합산업 지원 전문기관, 농촌 융복합산업 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의 매개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 내에서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역 외부와의 연계를 통해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중간지원조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셋째,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정책의 성과는 결국 농촌에 지역경제 순환구조를 구축하는 일이어야 한다. 농산물을 이용해 제조업을 융합하고 체험관광과 복합화 하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한들 만약 수입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몇몇 사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 그래서 후방연계가 지역 내에서 되도록 많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창출된 대부분의 수익이 역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면 이 또한 농촌 주민이나 농업인들은 고생만 하고 외지 자본가들만 이익을 보는 꼴이다. 부가가치 창출과정에서 지역 내 자원들이 최대한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창출된 수익 역시 해당 지역에 재투자되어 농촌 융복합산업화가 지속가능해야 한다.

농촌 융복합산업은 기존에 '6차 산업'이라 부르던 것을 정책적으로 더욱 확대하여 재정립한 개념으로, 올해 관련법이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명칭으로 제정되었으며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모쪼록, 농촌의 자원이 융복합되고, 마을이 융복합되고, 다양한 주체가 융복합되고, 다양한 산업이 융복합되며, 지속가능한 산업시스템이 지역에 착근되어 지역경제의 순환구조가 구축되기를 바란다. 즉, 앞서 제시한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의 세 가지 방향이 구체적인 정책 사업에 잘 반영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정책이 농촌의 발전과 번영, 그리고 농촌 주민의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정책 의지를 담고 있기에 송편 빚기의 마음을 닮았다고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융복합을 통해 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터인데, 이제 막 관련법이 제정된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정책 대상에서 어촌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어촌계를 중심으로 추진해 왔던 갯벌체험이나 어촌체험, 어업생산물을 활용한 제조업 등의 6차 산업(농촌 융복합산업)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어촌이 제외되었으니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축제와 같은 어업 기반의 농촌 융복합산업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것인가? 정부 부처 구성이 달라졌다고 어촌을 농촌에서 갈라내고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송편을 빚던 융복합된 한 마음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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