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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중심 농학교육으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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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KREI 논단 | 2014년 7월 27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논의되었던 화두 중의 하나가 ‘학력중심 사회에서 능력중심 사회로의 전환’일 것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부분적으로 학력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학력이 중시되고, 초・중・고 교육현장을 지배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적성이나 희망진로와는 무관한 학문중심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병폐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교육시장의 과잉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 학생들의 학업부담 증가, 학업 경쟁에서 탈락한 다수 학생들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 대학진학 이후 학과 공부보다 취업에 더 도움이 되는 영어 공부와 각종 스펙 쌓기 등은 우리 사회의 보편화된 단면이다. 어렵게 취업을 한 이후에도 산업 현장에서는 능력이 없는 신입사원 교육에 많은 비용과 자원을 투입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노동분야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만들기’이다. 그동안 학문중심교육으로 인해 산업 현장과 멀어진 학교를 개혁하겠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고 있고, 그 중심에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사업이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은 이미 선진국에는 산업 현장과 학교 현장의 소통을 위한 기본 장치로 보편화되어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현장성 부족, 추진 주체(교육부와 노동부) 간 협업체제 미흡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야심차게 재추진되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은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당 산업분야 전문가집단의 협업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도출하고, 이를 학교에서 교육시킬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진다. 이를 통해 각종 자격과 기업체의 요구, 학교의 교육 간 상호 연계가 촉진 된다. 이미 800여 개가 넘는 역량에 대한 국가직무능력표준이 개발되어 타 산업분야의 경우 특성화 고등학교와 전문대학, 그리고 취업중심의 4년제 대학의 교육 현장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 사업은 최근 학생 취업률 저조 및 농업 현장과의 연계 부족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농학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학계 대학(현재 전문대 4개, 4년제 농과대학 27개)에 5만여 명 정도가 재학 중이고, 매년 7천여 명의 학생들이 졸업을 한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작년 한해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55만 명 중에 취업자는 28만으로 매년 27만 명이 취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학계 대학은 더 심각하여, 지난해 김춘진 의원실에서 주요 거점 농대의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43.6%였고, 농업 분야(동일계열) 취업율은 17.3%에 지나지 않았다. 농학계 대학은 농업 분야로의 진출 이전에 취업률 자체를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농업 현장 보다는 논문 잘쓰는 교수들에 의한 학문 중심 교육이 팽배해 있다. 그리고 농정 당국의 농학계 대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국가적 차원의 농업인력육성 정책과 사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대부분 영농 인력 또는 고급 연구 인력과 관련된 것으로 대다수 취업을 원하는 농학계 대학생과는 거리가 멀다. 아직 농학계 대학생들이 전공 분야별로 얼마나 배출되고, 농산업 현장에서는 어느 분야에 얼마나 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보 자체가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 농업 중심의 인력육성 정책에서 벗어나 전후방 연관 산업 종사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농업 인력의 고도화 계획과 더불어, 농학 분야 교육의 능력중심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농업분야 국가직무능력표준 개발을 통해, 농학계 각 전공분야별로 취업처가 얼마나 되고, 그들의 처우는 어떠하며, 현장 기여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체계화하고, 이것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를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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