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직거래의 경제학
4040
기고자 국승용
농민신문 시론 | 2014년 7월 18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택배 물류는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근처에 있는 경우에도 중부권의 중앙 물류센터로 모든 화물이 모인 다음 중앙 물류센터에서 다시 각 지역으로 화물이 분산되는 체계로 이뤄져 있다. 단 하나의 화물만 생각한다면 중앙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배송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다양한 지역을 오가는 수많은 화물 전체를 고려하면 중앙 물류센터를 경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많은 대형제조업체나 대형마트 등 대규모 기업들이 중앙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농산물도 일반 물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도 배추·무·양파·마늘·고춧가루·대파 등 10가지가 넘는 농산물이 필요하고, 한끼의 밥상을 차리기 위해서도 오이나 호박, 풋고추 그리고 후식 과일까지 수많은 농산물이 필요하다. 이 같은 현실에서 농산물 하나하나를 모두 직거래로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경제 구조가 발전하면서 지역 단위의 직거래에서, 전국 규모의 도소매 시장거래, 기업화된 도소매 유통기구 등으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유통형태가 변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산 청과물의 약 50%가 공영도매시장을 경유하고 있고 그 비중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도소매 유통이 직거래에 비해 효율성이 낮다면 매년 도매시장의 유통 비중이 50% 정도로 꾸준히 유지되고 기업형 유통업체의 농산물 취급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농업인이 직접 소포장해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하는 로컬푸드직매장이 사회적 관심을 받으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로컬푸드직매장의 농산물 거래가 농가 수취가를 높이고 소비자 가격은 낮춰 농가와 소비자에게 모두 이득이 된다고 한다. 로컬푸드직매장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을 주는 농산물 거래 방식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농가 수취가가 높아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면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농가가 도매시장 거래를 할 때에는 대용량의 박스에 출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컬푸드직매장 출하 시에는 소포장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가격 책정이나 판매 상황 점검, 판매대 관리, 판매되지 않은 농산물의 재고 처리 등 도매시장 출하에 비해 농가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 많아진다.

즉 로컬푸드직매장에서 농가의 수취가가 높아지는 이유가 농가가 도매시장 출하에 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위험 부담을 져야 하는 데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다. 로컬푸드직매장 출하가 유통단계와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농가 수취가가 높아진다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품목 특성이나 여건에 따라서 직거래가 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직거래가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확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직거래의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다. 직거래는 농업인과 소비자 간의 소통과 상호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중대한 가치가 있다. 또한 기존의 상업적 유통 경로를 견제해 공정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식품의 이동거리를 단축시켜 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도 있고, 농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저변을 확대할 수도 있다.

직거래의 필요성을 수도 없이 강조했지만 여전히 도소매 유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직거래가 유통단계를 줄이고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소 귀찮고 경우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지만 직거래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 나갈 때 직거래의 기반이 더 단단해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