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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정부의 식량안보 전략과 한중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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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정길

 

KREI논단 |  2014년 7월 1일 
정 정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에 출범한 시진핑정부는 국가식량안보 확보, 농민소득 증대 및 농업 지속발전 실현을 핵심 농정목표로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각종 농업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식량안보를 최우선 국정 목표이자 과제로 삼고 있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20%를 보유한 인구대국인데 반해 경지면적은 7%에 불과하여 식량의 안정적 공급은 곧 사회 안정 및 국가 안위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의 식량수급 동향을 살펴보자.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중국의 식량 공급은 대략 3~5년 주기로 ‘부족’과 ‘과잉’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때마다 정부의 정책 또한 변화를 거듭했다. 개혁개방과 동시에 농업개혁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 농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어 식량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만, 식량안보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식량생산량이 199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5억 톤을 돌파하였으나 1998년의 5억 1000만 톤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전환하여 2003년까지 5년 만에 무려 8,000만 톤(16%)이 감소하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황급히 식량 증산을 위한 각종 정책 시행을 강화하였다. 그 결과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식량증산을 달성하였고, 2013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6억 톤을 돌파하였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식량 수요에 대응하여 안정적인 증산을 유지해 나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정황은 식량 무역 추이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특수한 몇 개 연도를 제외하고 2002년까지 식량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해왔다. 2003년에 식량순수입국으로 전락한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식량순수입량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육류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사료곡물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이 구조적 식량 순수입국으로 고착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임을 보여준다.

현재 중국의 식량안보 관련 정책 요지는 2008년에 발표한 “국가식량안보중장기계획요강(2008-2020)”과 2011년 발표한 “중국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2차5개년계획요강(2011-2015)”에 잘 드러나 있다. 이들 정책문건에 들어 있는 주요 식량정책이 곧 시진핑정부 식량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첫째, 경지보호제도이다. 18억 무(1억 2,000만 헥타르)의 경지 마지노선(레드라인)을 설정해 두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지 절약과 보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건설용지 총량제를 도입하여 경지전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기본농지보호책임제 시행, 경지 점용과 보충의 평형 유지, 기본농지 획정 및 경지보호 등의 종합적인 시책이 추진되고 있다.

둘째, 식량생산보조정책이다. 식량증산을 위한 직접지원에는 식량생산농가에 대한 직접지불금(2004년), 우량종자보조(2002년), 농기계구입보조(2004년) 및 농업생산자재 가격종합보조(2006년) 등 소위 4대 보조가 있다. 이들 4대 보조에 투입되는 중앙재정지출은 2004년 145억 위안에 불과하였으나 매년 큰 폭의 예산증가가 이루어져 2012년에는 1,628억 위안(한화 약 27조 원에 해당)으로 확대되었다.

셋째, 식량최저수매가격제도이다. 2004년에 획기적인 농산물유통체제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식량유통도 자유화가 이루어져 식량가격이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식량 등 주요 농산물이 시장화 개혁으로 인해 가격 폭락 또는 판매의 어려움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특별 장치를 마련하였다. 정부는 시장의 공급과 수요, 생산원가 등 요인을 고려하여 식량 최저수매가격을 정하며, 시장가격이 최저수매가보다 높을 시에는 관여하지 않고 이와 반대로 시장가격이 최저수매가보다 낮을 시 식량유통기업에 위탁하여 식량을 수매토록 함으로써 식량 시장의 안정과 생산농가의 소득보장을 동시에 도모한다. 현재 이 정책은 벼(쌀)와 밀 두 가지 식량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넷째, 식량주산지 지원정책이다. 식량주산지의 성(省) 또는 현(縣)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식량생산 대성(大省)과 대현(大縣)에 식량직불금 등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이 밖에도 농업종합개발, 대형 상품화 식량기지 건설, 식량산업프로젝트, 고표준 농경지 건설 등의 식량종합생산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들도 식량주산지를 주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중 양국의 농업 관계는 늘 경쟁과 대립의 관계만을 부각시켜 왔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는 식량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식량안보를 위한 두 나라 간의 협력은 식량자급률이 낮은 한국과 인구대국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중국에게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농업분야에서도 상호이익 증진이 가능한 협력이 논의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중국 정부가 식량자급률 목표치인 95% 유지를 위해서는 기존의 국내 정책만으로는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한편 중국의 식량문제는 중국 국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 특히 곡물의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의 식량문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는 셈이다. 식량 생산을 위한 한국의 선진 기술과 농기자재 등 자본을 중국의 토지 및 노동과 결합한다면 식량증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중협력사업은 일찍이 1990년대 후반 우리 정부가 중국 동북지역에 식량생산기지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던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양국 정상이 한중식량안보협력을 국가차원의 협력 프로젝트로 추진할 것을 공동으로 선언한다면 두 나라 국민에게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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