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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급안정을 생산자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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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농민신문 시론 | 2014년 5월 7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산물 수급안정을 생산자조직이 담당해야 하는 이유

많은 이들이 농산물이 ‘적정’하게 생산되면 생산자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도 물가 상승의 고통을 겪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상적으로 보이는 적정 생산이라는 목표가 현실에서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

적정량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먼저 적정 재배면적에서 적정한 수준의 단위면적당 수량(이하 단수)이 생산돼야 한다.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적정 규모의 재배면적이 유지된다 해도 시기마다 기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수는 목표한 적정량보다 많거나 적을 수밖에 없다. 생산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재배면적을 넓게 확보하면 생산 과잉,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생산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품목이나 계절적 특성을 고려하면 적정 생산을 통한 수급안정은 한층 어려운 과제가 된다. 토마토·오이·애호박·딸기 등 겨울철을 나는 시설 열매채소류의 수확은 보통 11월부터 시작해서 이듬해 5~6월까지 이어진다. 생육초기인 11월과 겨울철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기온이 상승하는 3월부터는 같은 면적이라도 겨울철보다 훨씬 많은 양의 농산물이 생산된다. 생산량의 변화가 큼에도 수급 불안이 일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것은 가격의 등락으로 수요의 크기가 조절되기 때문이다. 즉 시장 판매 기능과 수급안정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남부지역에서 재배되는 시설 열매채소는 상품성 저하나 차기 작기 준비 등을 위해 5~6월에 출하가 종료되고 중부지역으로 주산지가 이동한다. 그런데 남부지역의 농업인이 상품성 낮은 농산물의 수확을 6월까지 지속한다면 5~6월에는 남부와 중부지역의 출하량이 더해져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출하 시기에 대한 농업인의 의사결정에 의해서도 수급상황은 크게 바뀔 수 있다.

과수의 사례를 보자. 과수는 짧은 시기에 재배면적이 늘거나 줄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재배면적의 변화가 크지 않은 작목이다. 하지만 병충해나 냉해·고온장애·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의 양태가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매년 가격 등락이 거듭되고 있다. 이처럼 농산물의 수급은 계절적 수급의 변화, 기상 여건, 농업인의 의사결정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적정 재배면적을 유지하는 것이 수급 안정의 주요 요소임은 분명하나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재배면적만 계획적으로 관리한다고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누가 재배면적 유지와 함께 수확기 생산 조정, 비축, 시장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해 농산물의 수급안정을 담당하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정부가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가 생산자에게 재배 여부나 수확 여부, 출하시기 등을 강요할 수 없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반면 농협과 같은 생산자조직은 상호 협의를 통해 재배면적을 조정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폐기나 비축 등으로 출하량을 조절할 수도 있으며, 생산자 사이의 상이한 이해관계 조정도 가능하다. 수출이나 가공으로 과잉생산된 농산물의 국내 공급을 줄일 수도 있다. 계절에 따라 가격이 등락해도 공동계산 등을 통해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농협이 마케팅 활동과 수급조절을 병행하고 있는 사례는 적지 않게 알려져 있다.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있기에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리나라의 농협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급안정 기능을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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