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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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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KREI 논단 |  2014년 2월 17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 명 한 명 이름이 호명되자, 단상에 오르는 아이들에게 교장선생님이 졸업장을 수여한다. 300명이 넘는 졸업생과 일일이 악수하는 교장선생님을 보니 졸업식 주인공이 교장선생님인 듯한 착각이 들었다. 졸업장을 받는 아이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뒤통수만 보일 뿐이다. 6개월 전 외국에서 경험한 졸업식과는 사뭇 다르다. 그 졸업식에는 모든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앉아 있고 아이들이 사회를 보았다. 또 식이 끝날 즈음 아이 한명 한명을 교장선생님뿐 아니라 모든 교사가 포옹하면서 보내주었다. 단순 문화적 차이라고 넘기기에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권위적 세상의 모습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우리 때와 바뀐 게 없네’ 라는 씁쓸함이 머리를 스친다.

한 가지 좋았던 것도 있다. 졸업장을 건네주는 교장선생님 등 뒤로 아이들 사진과 더불어 장래 희망이 스크린에 비친다. 의사, 변호사, 연예인, 교수 등의 일반적인 직업명부터, 방송작가, 출입국 관리원, 축구 전략코치 등 매우 구체적인 직업, 그리고 프로파일러와 같은 처음 들어보는 직업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각기 다른 꿈이 흘러간다. 그걸 보면서 문득 요즘 아이들에게 농업이 장래 희망 직업으로 과연 얼마나 매력적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 희망 직업에는 부모님의 평소 기대 직업이 또는 자신의 독특한 경험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부모나 아이에게 사회․경제적으로 긍정 이미지의 직업이 장래 희망으로 형성된 것일 것이다. 농업은 어떤 이미지일까? 농업인을 장래 희망으로 생각해본 아이가 과연 있을까? 요즘 도시 아이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농업이라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고, 제한적으로 접하는 것조차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다. 특히 요즘같이 미디어를 통해 겨울에는 AI, 봄에는 구제역 등으로 인해 대량으로 살처분되는 동물과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농업에 대하여 긍정적 이미지를 갖기란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농업과 관련된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 뇌의 특정 부위와 지능과의 관련성을 밝힌 하버드 대학의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여덟 지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식물․동물 지능(자연 지능)이다. 애완동물을 키우고, 화초를 가꾸는 데 남다른 애정을 가진 많은 아이들에게 농업은 타고난 특성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활동 영역인 것이다. 이들에게 농업관련 직업에 대하여 보다 충분한 체험과 정보가 제공된다면 농업 속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꿈을 펼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디어에 노출되는 수준의 이미지로는 부모나 아이들의 미래 희망 직업 중 하나로 농업이 자리잡기는 힘들다.


우리 농업정책에서는 아이들이 농업에 대하여 보다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하려는 노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2005년 농촌정보문화센터(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설립 이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농업 이미지 개선 노력이 본격화되었지만 아직까지 관련 사업들이 농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저 농정 홍보의 일환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 농업 이해 당사자들의 인식이다. 농정을 논하고, 농업인력육성을 논할 때 항상 현재 초․중․고생들이 경험하게 되는 농업, 그리고 그들의 희망 직업으로서 농업의 경쟁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이 농업에 대하여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 때문에 농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농업의 경쟁력은 저절로 갖추어질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농촌은 현재처럼 무분별하게 개발되지 않을 것이고,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지속가능한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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