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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파라다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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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농자재신문 칼럼 |  2014년 2월 1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정책의 최종 지향 목표는 농민들의 행복이다. 농민들의 행복증진에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농업과 농가소득의 증진이다. 당연히 모든 농업정책들은 농민들의 욕구충족, 즉 소득증진에 일차적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세상을 살면서 세상사를 바라보는 눈이 있다.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다. 얼마 전에 숨진 이스라엘 샤론 전(前)총리에 대한 반응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스라엘에서는 “위대한 인물이 숨졌다”고 하고 아랍권에서는 “인간 도살자가 죽었다”고 논평을 냈다. 한 인간의 죽음을 두고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양측의 평가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하지만 양 진영 모두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들의 평가에 태연하다.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남녀 모두 군에 입대를 한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위한 것이니 이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조금 다른 여론 조사이지만 보훈처의 ‘전쟁 발발시 참전의향’ 조사에서 우리의 20대 미만 젊은이들은 67%,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84%가 찬성하였다고 한다.

상대적이지만 이렇게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느 한가지 사안에 대해 이렇듯 다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인가.

동일 사안이나 상황에 대해 다른 대응과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어느 시대와 장소(국가)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견해와 사고를 지배하는 생각, 개념들의 집합체, 쉽게 이야기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파라다임(Paradigm)이라고 하는데, 이것의 차이가 같은 현상에 대한 다른 해석과 평가, 인식 등을 유발하게 된다. 사고의 틀이나 관점이라 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파라다임의 변화도 요구받게 된다. 정부의 수장, 각 행정부처나 조직들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바뀌면 많은 정책과 경영방침이 바뀐다. 그동안의 문제와 어려움을 나름대로 타파하기 위한 자신만의 파라다임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과 경영방법 등을 수정, 변화시키게 된다. 매 정부에서 내걸고 있는 최고의 지향가치와 수단이 제시되는 데 이것이 바로 일정한 파라다임 아래에서 나온 목표실현의 방법들이다.

농정(농업정책)의 파라다임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들의 원함과 다른 방향에서 세상사를 보는 시각이 정립되고 이에 따라 농업정책이 입안, 시행된다면 당연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정 파라다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농업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으면서 우리의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들의 바램이다. 이것이 중요한 시각정립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농정 파라다임에서 중시해야 할 조사결과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농업·농촌에 대한 2013년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나와 있다. 결과를 보면, 농업인들은 ‘맞춤형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을 가장 중시하면서 이에 관련이 깊은 농산물 가격과 소득 안정정책, 유통구조개선을 투자확대의 농업정책으로 꼽고 있다. 반면 도시인들은 ‘안전한 농식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장 중요한 농업정책으로 보고 있다. 가장 관심이 있는 농업정책 역시 안전한 식품공급이다.

농업인들은 소득을 올려달라고 하고 도시민들은 안전한, 안정적인 농산물의 공급을 원한다. 국가 전체를 관장하는 입장에서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농업정책에서는, 농정 파라다임 아래에서는 어느 쪽인가에 우선순위를 줄 수밖에 없다. 제한된 정책자원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에 농정의 방점을 찍으면 농산물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보다 안전하다면 외국산, 국산 불문하고 저가로 수입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옳은 정책이다. 하지만 반대로 농업인의 요구를 중시한다면 농산물 가격지지와 함께 수입개방시 일정부분 농가소득 지원금 지급 등의 정책이 요구될 것이다.

농민행복 위한 농정 파라다임 구축해야 
농민들은 지금 도·농간의 소득격차가 심화되어 있고, 그로 인해 농업과 농촌의 상대적 빈곤화가 일상화된 상황의 개선을 위해서 소득제고 정책을 갈망하고 있다. 이것이 이뤄지면 현 정부에서 내걸고 있는 국정의 최고가치인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농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정책을 구상, 실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된다.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1조의 목적을 보면 “이 법은 국민의 경제, 사회, 문화의 기반인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에게 안전한 농수산물과 품질 좋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농어업인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로 되어 있다. 2014년도 농정방향에서도 안전한 농식품의 공급과 유통의 효율화가 가장 우선이며 농민들의 열망인 경영과 소득안정은 뒤로 밀려 있다.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언젠가부터 농민들의 바램이 도시민들의 요구보다 뒤에 있다.

올바른 농정 파라다임은 왜 필요한가. 일차적으로 농민들의 행복과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서이다. 그 다음 그들에 의해 안전하고 질 좋은 농산물이 생산되고, 그것이 국민들의 식탁에 올라가게 되어, 그것을 섭생하는 국민들이 행복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국민들은 저가의 좋은 농산물을 잘 먹고 있는데 그것의 생산과 공급을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농정 파라다임에 의한 정책, 그리고 그것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농업인의 행복을 우선 챙겨야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에서는 자랑거리가 아니다.

농업정책의 최종 지향 목표는 농민들의 행복이다. 농민들의 행복증진에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농업과 농가소득의 증진이다. 당연히 모든 농업정책들은 농민들의 욕구충족, 즉 소득증진에 일차적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경쟁력 제고, 귀농귀촌과 6차산업화, 스마트 농정이 무엇이고 지금 농민들의 요구 어느 부분에 영향을 주는지조차 모호하다면 이는 올바른 파라다임도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좋은 정책도 아니다.

비록 전체 국민들의 숫자 중에서 농업인들의 비중이 미미하더라고 그들에 관한 정책의 총괄부서는 농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국민의 행복이 국정의 최고 가치라면 농민의 행복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고 가치이다. 농업정책의 책임자들은 이러한 상황과 당위적인 시각에 대해 잘 성찰하고 판단의 가치체계를 설정한 다음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농민행복을 우선하는 농정 파라다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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