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과거 경험으로 본 AI의 영향과 대책
4317
기고자 허덕
KREI 논단 | 2014년 1월 28일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가축분뇨와 질병은 축산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질병 문제는 축산물 수급 및 가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2008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이하 AI)와 2010~2011년 구제역과 AI가 동시 발생했을 때에도 수급 및 가격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떠올려 봐도 그러하다.

작년에는 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감축을 하느니 소비촉진을 하느니 하여 다양한 조치가 분주하게 이루어졌다. 그 결과 후반기 들어서는  축산물가격이 전반적으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양상을 보였던 만큼, 2014년 새해에 거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1월 16일부터 AI가 발생하기 시작하여, 열흘 정도 지난 28일 현재 전북, 전남, 충남에서 확진으로 판정되었다. 그동안 AI 청정지역을 자랑해 왔던 충청북도와 경기도 평택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되어 초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새해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AI가 발생하게 되면, 크든 작든 수급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AI 사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아직은 수요 감소분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더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그럭저럭 꾸려나갈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공급측면에서는 조금 복잡하다. 사태가 확산되면 살처분 규모가 늘고, 이동도 제한되어 공급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지난 2010~2011년에 있었던 AI 사태에서는 공급물량 감소로 오리가격이 크게 올랐던 경험도 있다. 이에 수출이 막히는 상황도 예상된다.

수급의 변화는 결국 가격 등락으로 나타난다. AI 발생으로 인한 가격변화의 경험을 분석해 보면 양계산물이 위험하지 않다는 학습효과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1차 AI가 발생하기 전에 비해 육계가격이 46.3% 하락(추세치 대비)하였지만, 해외 AI 창궐 시인 2005년에는 14~25%, 2차 국내발생 시(2006/07년)에는 7~28%, 3차 발생 시(2008년)에는 10% 정도, 4차 발생(2010/11년) 시에는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생하여 쇠고기, 돼지고기와 양계산물 간 대체 소비가 크게 이루어져, 양계산물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계란의 경우에는 정도가 덜해 1차 5~11%, 2차 3~9%, 3차 2~7% 하락 하였고, 4차에는 오히려 상승하였다. 

오리나 닭은 회전주기가 짧기 때문에 사육마릿수는 금방 회복된다. 실제로 2011년 당시 30% 이상 매몰처분 되었던 오리 사육마릿수가 AI 종식된 지 2개월도 안되어 회복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이번 AI 사태의 특징은 종오리장 중심으로 나타나는 데 있다. 아직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전 보다는 긴 기간 오리수급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확진 케이스에 부여 원종계장이 포함되어 있어, 육계 부문에는 수급에 영향을 미칠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으며, 일시적인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도 예견된다.  

중장기적으로 축산업이 지속가능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이고 질병이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원인부터 제거하는 것이 지름길일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사육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가금류 농장에서의 철저한 소독과 차단방역은 이제 기본 중에 기본이다. 농가는 조직화를 통해 내 농장뿐만 아니라 주변 농가에 대한 방역활동도 철저히 하여야 한다. 또한 시중 유통 양계산물을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홍보도 강화되어야 한다. 

이번 AI 상황은 민족의 대이동 기간인 설 명절이 끼여 있어 걱정이 된다. 게다가 이번 AI 사태가 철새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은 우려의 깊이를 더한다. 과거와는 달리 전국 철새도래지에 대한 예찰 활동 강화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또한, 철새로 인한 전염의 문제는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도 확실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