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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 제정 20년, 체계 재편 논의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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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14년 1월 20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4년은 1994년 12월 제정된 농지법이 스무살이 되는 해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농지법도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춰 농지 소유·이 용체계의 재편 방향을 논의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1994년 제정된 농지법은 1996년부터 시행돼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고, 1995년 말까지 취득한 농지의 임대차는 허용하되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의 임대차는 법률이 정하는 예외적인 조건의 농지에 대해서만 인정되고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2010년 기준 전체 농지의 53%만이 농가가 소유하고 있고(통계청 농업총조사), 임차농지비율이 47.9%(2010년 기준)인 상황이다. 1996년 이후 신규 취득 농지면적이 매년 5만∼8만ha 정도로 현행 농지법상 임대 규제 대상 면적이 약 100만ha가 넘어 농지면적의 5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농민의 농지 불법소유 심각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관리를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비농민의 농지소유 확대로 인식된다. 그런데 고위공직자 청문회 등에서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지소유문제가 자주 등장하듯이 비농민의 불법적 농지 소유 및 임대차가 많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현행 농지법에서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상속·이농으로 취득한 농지, 주말·체 험영농 목적 소유 농지 등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비농업인의 농지소유는 금지돼 있다. 그리고 질병, 징집 등의 사유 등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농지를 임대하거나 사용대(使用貸)할 수 없다.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엄격히 제한해도 농지임대차를 허용하게 되면, 농지의 취득시 영농의사를 밝혀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함과 동시에 다른 경작자에게 임대해 실질적으로 비농민의 농지소유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농지 임대 허용은 농지의 취득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 연계돼 농지의 임대차를 엄격히 제한한다.

농지 이용률 제고 ‘당면 과제’

최근 국제적인 곡물 가격 급등 논란 등의 여건 변화 속에서 열악한 식량자급 기반 마련이 중요해지면서도 농지의 유휴화 방지, 경지이용률 제고 과제가 부각된다. 좁은 국토면적, 농지면적을 고려하면 농지 이용률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 안정, 기반정비 등이 중요하지만, 농업인의 안정적 농지 소유 및 이용 체계의 구축도 중요하다. 비록 농업인이 농지를 직접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면 문제가 줄어든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농어촌공사(농지은행)에 위탁한 임대 또는 사용대를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도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 이용에 대한 강한 제한을 하기 힘든 현실이다.

또한 이제는 전업경영체에게 많은 농지를 경영하게 하는 단순한 경영규모 확대만이 아니라 단일 경영에 포함되는 농지가 하나의 농장으로 집단화돼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집단화된 농지 또는 농장 단위의 경영체가 세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시점이다. 들녘단위로 농지를 단일 경영 단위로 재편해 기계화 작업 등의 효율을 높이는 농지이용 재편이 필요하다. 농가가 은퇴하더라도 그렇게 형성된 경영체를 우수한 경영체가 농장 단위를 세분화하지 않은 채 승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농지 소유자들로부터 안정적으로 농지이용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경자유전 원칙이라는 헌법 정신을 유지하되, 불법농지임대차를 방지하고 농지가 효율적인 경영체에게 이용되게 하기 위해서는 농지관리 방식, 농지의 소유·이용체계의 질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농지규모화, 집단화, 들녘단위 농지이용 등 바람직한 농지이용체계와 시장 질서를 정립하기 위해 농지거래 관련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농지 소유 거래 중 정부의 농지매매사업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뤄진 비율은 5∼7% 수준이고, 임대차 거래도 한국농어촌공사(농지은행)를 통해 장기임대 또는 임대수탁되는 농지가 전체 농지의 5% 미만으로 매우 제한적인 부분만이 관리되고 있다. 실제 정부가 농지 거래 과정에서 개입하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곤란하며,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농지거래 질서 확립 노력 필요

농지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합리적 농지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농지거래 등록제, 농지임대허가제, 농지종합관리기구 설치 등 농지의 소유 및 이용 체계를 새롭게 재편하는 기본적인 담론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담론 전개 및 합리적 농지이용 관리 체계 마련을 위해 우선적으로 기초적인 농지임대차 및 농지매매 등 광범위한 농지거래 관행조사 등이 요구된다.

농지소유·이 용 제도 관련 연구는 많으나 농지거래 관행조사, 예컨대 매물농지의 특성, 매도자의 매도의향별 특성, 매매거래형성의 조건, 매매거래의 합리성 등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없어, 합리적 농지거래 시장질서 확립 및 제도개선을 위한 정부정책 개입의 방향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농지법 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갈등 해소, 농업구조 재편과의 관련성 검토 등 많은 작업이 필요해 적어도 1∼2년이 소요된다.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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