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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전 갑오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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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농자재신문 칼럼 |  2014년 1월 1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20년 전, 그 때를 보며 지금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를 끌어가는 지도자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국가를 위한 지도자들의 희생과 국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이 두 가지가 이뤄져야 한다. 2014년! 새로운 각오와 갑오개혁이 필요하다.

1894년 갑오년, 120년 전 우리나라는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과 상당히 유사한 국제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정치, 경제적인 면에서 주변 강대국과의 적절한 관계 유지가 매우 어려웠다.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에 대한 선택적인 수용이라는 명제의 실현은 이미 우리 독자의 손에서 떠났었다. 백척간두에서서 주변국가와의 관계를 지혜롭게 정립, 유지해 나가야 했던 그 시절의 고난한 시대적 상황이 지금과 유사하다.

당시 우리나라는 청나라와 불평등한 관계이지만 매우 밀착되어 있었다. 그러한 관계는 한반도의 국가가 바뀌어도 크게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허나 급변하는 주변 국가들의 위상과 관계 속에서 왕실중심의, 청나라 의존적인 정치·경제는 내부적인 많은 불만과 문제를 낳았다. 진보적인 지식인들 사이에 그동안 몰랐던 별천지 세계는 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일본과 청나라, 러시아, 도처의 알 수 없는 서방국가들, 그들의 문화와 경제 등은 커다란 충격이었고 왕정개혁을 주창하기에 충분한 도화선이 되었다.

다양한 국내 문제를 해소하고 부국강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세력을 물리쳐야 했다. 혁파가 필요하였다. 갑신정변(1884). 개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분명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중앙 정치와 급진적인 개화파와 온건적인 개화파간의 갈등은 결국 나라를 양분하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지도력은 약화되고 내부 힘이 분산됨과 동시에 서로 간 쟁투가 심해지니 청나라의 간섭은 더욱 강해졌다. 결국 외세의 간섭과 외척세력의 득세는 동학농민혁명으로 이어진다.

120년 전, 1894년 근대화의 큰 획이 될 갑오개혁이 추진된다. 하지만 이것은 그림의 떡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세계변화를 읽지 못한, 힘없는 우리의 조정, 지도자들은 일본과 청나라의 휘둘림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개혁이라 하나 이미 일본에 의한 점진적인 탈취를 위한 전주곡에 불과하게 되었다. 누구도 이를 결연히 막지 못했다. 상황의 변화를 잘 모르는 백성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였다. 외세의 간섭은 자주국가라는 입지 확보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

청일전쟁의 승리자인 일본은 우리를 예속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일제 36년의 서곡이 이 때 만들어진다. 치욕의 예속되는 역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주변의 정황을 예의 주시, 판단하는 지혜와 용기, 결단의 지도자가 우리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들끼리의 이해타산 싸움만이 있었을 뿐이다. 개방과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그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그것의 결말은 치욕적인 피지배 역사이다.

지도자의 예지적 정세파악과 전략수립, 자기희생 아쉽다

120년이 지난 2014년 갑오년. 우리는 한치 앞도 분간이 되지 않는 국제 정세 속에 살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강대국의 이권싸움이 불꽃 튀는 복판에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쉽지 않은 경제와 문화, 사회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우리 민족이지만 체제를 달리하는 북한이, 그리고 조금 멀리는 러시아가 포진하고 있다. 더 복잡한 열강들의 틈바귀에서 국가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형국이다.

영토를 둘러싼 국가 간의 대립과 갈등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일본과 중국, 한국과 일본 등 상호간 영토주권 확보에 혈안이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싸고는 미국까지 간섭해 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중·일·미·러 등들로부터 긴장이 농축된 경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우리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였다. 그나마 120년 전과는 다른 점이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에 관해서는 6자회담이 중심이다. 참으로 자주권 확보가 지난한 민족이다.

재화를 둘러싼 자원전쟁도 시작된 지 오래이다. 이 전쟁은 인류의 역사와 괘를 같이 해 오지만 근년에 올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영토전쟁에 자원의 확보라는 전쟁까지. 적어도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자원들의 고갈이 예상되기 때문에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전쟁이 전쟁이 아닌 평화의 모습으로 위장한 채 잠행하고 있다. 겉은 하얀색이지만 속은 시커멓다. 자국의 이익에 앞선 어느 외교의 가치도 무의미한 세상이다.

자원과 영토, 그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시도들이 매우 다양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UR, 도하개발 어젠더(DDA), 자유무역협정(FTA),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은 국제사회에서 자기들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다양한 압박이 밀려왔고 더 강하게 우리를 압박할 것이다. 농업만을 봐도 농업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농산물 시장개방을 강압하고 있다. 좋은 표현으로는 농산물 시장개방, 무역자유화이지만 압박의 대상국의 입장에서는 먹거리 수급의 불안정화에 다름 아니다. 대놓고 자원이 있는 영토를 빼앗기 어려우니 자원의 자유교류를 내세워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경우 그것이 자국의 이익에 더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결코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120년 전, 그 때를 보며 우리가 지금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 나라를 끌어가는 지도자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공선사후(公先私後). 하지만 지금 우리의 지도자들을 보면 걱정이 많다. 칼날 같은 국제정세에 대한 예지적인 파악과 민족의 장래를 위한 전략수립, 자기희생이 보이지 않는다. 국가는 사람들, 특별히 서민들에 의해 지탱된다. 그들의 호응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유지와 발전이 어렵다. 국가 지도자들은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조금씩 해결해 가면서 나라를 이끌어 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 수많은 지식인들이 부르짖다시피 하는 소통의 장을 활짝 열어야 한다.

국가를 위한 지도자들의 희생과 국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적어도 이 두 가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부의 분열이 확산될 것이다. 나아가 분열은 우리의 자주권 확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더 이상 치욕의 역사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120년 전 역사가 남긴 교훈, 제발 이 나라의 지도자들부터 되새겨야 한다. 2014년! 새로운 각오와 갑오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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