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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산업 농업발전 큰 축, 한·중FTA로 존립자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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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기환
원예산업신문 기고 |  2014년 1월 1일 
박 기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 농업은 전통적으로 수도작 중심으로, 쌀 자급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이루어져 왔다. 현재도 쌀은 국민의 기본적인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주요 품목이자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로 인식된다. 이처럼 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농업부문의 상징적인 존재로 각인되어 오면서 시장개방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원예산업은 쌀 자급률 달성이 지상 최대의 목표였던 시기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였으나, 국민소득 향상으로 채소나 과일 등 다양한 농작물을 섭취하는 식생활 패턴으로 변화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하였다. 이 때문에 원예산업이 농업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17.1%에서 1990년 27.9%, 2000년 31.2%, 2012년 33.2%로 증가하였다.
  특히, 원예산업은 일반 경종작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은 고부가가치 품목이 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채소의 대표적인 품목인 토마토, 오이, 딸기 등의 소득은 쌀에 비해 15~20배나 높으며, 과일 중 사과, 배, 감귤 등도 쌀 보다 4~7배 정도 소득이 높다. 최근에는 파프리카 등과 같은 새로운 고소득 품목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장미나 백합 등의 화훼도 고부가가치 품목군에 포함되어 있다.
  원예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자리 잡게 되자 정부도 원예산업을 농업부문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였다. 원예산업과 관련된 대표적 지원사업으로는 생산·유통지원사업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원예산업을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1990년대 중반이후 생산·유통지원사업을 전개하여 시설현대화를 도모하였다. 이러한 지원으로 인해 채소의 시설화율은 1970~1980년대 3~8% 수준에서 2000년 23.4%로 향상되었으며, 화훼도 9~10% 수준이었던 시설화율이 56.6%까지 높아졌다. 시설현대화 진전으로 품질 향상은 물론, 생산성 증대와 유통비용 절감 등 원예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산기반 구축은 국내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고품질 원예작물 공급의 토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출을 통해 국제시장 진출도 이루어지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채소류 수출은 1990년대 초반 4,000만 달러 정도였으나, 2000년에는 1억 달러, 2012년에는 3억 달러로 크게 신장되었다. 과일 수출도 6,000달러 내외에서 최근에는 2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화훼도 1억 달러 가까이 수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선농산물 수출에서 원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9.1%, 농식품 전체의 11.4%의 수출 효자품목으로 부상하였다.
  이와 같이 원예산업은 시설현대화, 고부가가치화, 수출산업화 등 성장산업으로 진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얻었으며, 국내 농업의 축소 과정 속에서도 농업발전을 도모하는 한 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그러나 원예산업의 농업부문 기여에도 불구하고 최근 원예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많은 원예농가들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국제유가와 농자재비 상승은 물론, 인건비도 올라 경영비가 증대된 반면, 판매가격은 경영비 증가분에 미치지 못하여 농가 소득율이 낮아지고 있다. 오이(촉성)의 경우 1995년 60.8%의 소득률을 보였으나, 2012년에는 43.1%로 낮아졌으며, 딸기(촉성)도 동년 65.8%에서 55.7%, 장미는 60.2%에서 26.7%로 크게 하락하였다.
  더욱이 WTO/DDA의 영향으로 농산물 시장개방이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FTA 협상이 추진되어 시장개방폭은 더욱 확대되었다. 원예산업도 이러한 시장개방 여파를 비켜갈 수는 없었다. 1995년 농림축산물의 수입은 97억 달러였으나, 2012년 294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하였는데, 이중 농산물이 60%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수입 농산물의 12.3%(2012년 기준)는 원예농산물이다. 주요 수입 채소는 고추, 마늘, 양파, 당근 등 국내에서도 재배되는 비중이 높은 품목이며, 과일은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등의 열대과일과 감귤과 대체되는 오렌지 등이다. 이들 품목의 수입 확대는 주요 원예작물의 재배면적 감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경영비 상승과 시장개방 여파 등으로 원예산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생산농가 등 관계자의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어렵게 현재의 위치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한·중 FTA 협상이라는 커다란 암초에 부딪히게 되었다. 한·중 FTA는 이미 1단계 합의가 완료되었으며, 곧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한·중 FTA는 그동안 타결되었던 한·미나 한·EU FTA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이나 EU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원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신선원예작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뿐만 아니라 물류비 부담 문제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낮아 축산물과 포도 등의 일부 과일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원예산업에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반면, 중국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상당하여 FTA 협상 타결로 인한 관세 인하 시 원예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 산동성에는 대규모 원예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국내 품종도 많이 도입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내로 대량 유입이 가능하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 원예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까 우려된다.
  지금부터라도 한·중 FTA 협상 타결에 대비하여 원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원예농산물의 안전성 확보와 품질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자는 고품질의 안전한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중국은 재배기술이 우리에 비해 낮은 상태로 농산물 품질이 높지 않으며, 중국산 농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는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안전한 고품질의 국내 원예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고비용 구조의 원예산업을 저비용의 생산체제 전환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원예산업은 시설화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광열동력비의 부담이 크며, 파프리카 등의 과채류나 백합 등과 같은 화훼는 종자(묘)를 수입에 의존하여 종자(묘)비 비중 또한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품종 개발로 종자 자급률을 높여 경영비를 절감함으로써 농가의 경영 안정을 최대한 도모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한·중 FTA 협상 시 농업부문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타결 이후에 발생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식물검역제도의 보다 엄격한 운영, 원산지 표시의 철저한 단속 등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한·중 FTA 협상 체결로 중국산 원예작물 수입이 급증하게 될 경우 FTA 피해보전대책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생산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수입 확대로 인해 우리나라 농업, 특히 원예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위협적인 국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출 증대를 꾀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중국은 고도성장으로 국민소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멜라민 파동 등의 영향으로 안전한 농식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욕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더욱이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 또한 높다. 이 때문에 중국시장에 안전한 고품질의 우리나라 원예농산물을 수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FTA 협상을 잘 활용할 경우 위협을 기회 요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원예산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업부문의 성장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한·중 FTA가 위협으로 다가올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생산농가를 비롯한 관계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며, 13억 인구의 거대한 잠재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다. 모쪼록 원예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과 같이 농업부문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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