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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쌀 관세화 유예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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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주호
파이낸셜뉴스 오피니언 |  2013년 11월 29일 
송 주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0월 18일에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는 필리핀이 쌀 관세화 유예를 추가 연장하기 위해 신청한 웨이버(의무면제)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우리보다 앞서서 2012년 6월에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된 필리핀이 그동안 WTO에서 취한 조치는 우리에게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쌀의 관세상당치를 높게 산정하기 어려운 필리핀은 쌀을 관세화할 경우 수입이 급증해 쌀 농가의 소득과 생계안보에 심각한 교란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 2011년 11월 WTO 농업위원회에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 이해관계국과 협상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에 규정된 관세화 유예 연장은 1회에 국한되며 추가적인 관세화 유예는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3월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WTO 협정 제9조 3항에 근거한 웨이버 조항(예외적인 상황에서 WTO 협정상의 의무를 면제할 수 있음)을 근거로, 관세화 의무에 대한 면제를 신청했다. 그동안 웨이버를 승인받기 위해 이해관계국과 협상을 해온 필리핀은 쌀의 의무수입 물량을 현 35만t에서 80만5000t으로 2.3배 늘리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유보적인 태도로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이들 나라는 필리핀에 쌀 이외 다른 상품에서도 추가적인 양보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리핀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이 분명해진다. 첫째, 내년 말 종료되는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려면 우리도 WTO의 웨이버 조항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웨이버 조항은 예외적인 경우에 회원국들의 WTO 협정상 의무를 면제받는 조항이다. 둘째, 웨이버 조항을 통해서라도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의무수입 물량을 최소 2배 이상 증량해야 하고 쌀 이외 다른 상품에서도 양보 요구가 거셀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쌀의 관세화 유예를 연장해 계속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WTO에서 웨이버 조항을 적용받아야 하고 이 경우 의무수입 물량을 2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그것은 선택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의무수입 물량을 늘려줘도 큰 부담이 아닌 필리핀과 현재도 의무수입 물량이 큰 부담이 되는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관세화를 하게 되면 현재의 의무수입 물량은 동결되지만 시장이 개방되기 때문에 수입물량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이 경우 관세율을 얼마만큼 설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과 대만이 높은 관세를 인정받았고 관세화 이후 쌀 수입물량은 의무수입 물량 이외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나라도 쌀 관세화에 대해서 너무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해 보면 2015년에는 쌀 관세화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되며 앞으로는 이에 대비해 어떻게 국내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시킬지에 대해 논의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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