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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축산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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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농수축산신문 시론| 2013년 11월 4일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는 산지생태축산을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범농장을 육성해 한국형 모델로 확산시켜 나가고, 농외소득 차원에서 체험·관광도 허용키로 했다. 여기서 산지축산이 아닌 산지생태축산을 추진한다는 의미는 산지의 생태보전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며, 체험·관광 허용의 뒷면에는 산지축산의 개념을 넓게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의 산지축산 확산 방침에 대해 과거 수차례 실패한 적이 있어 또 한번의 좌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오히려 선진 유럽의 산림분야에서는 산림농업(Agroforestry) 즉, 임업과 농업이 혼합돼 경작하는 형태가 새로운 친환경농업의 방편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럽의 산림농업은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 왔던 경작방식이다. 축산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산림농업의 경작형태 가운데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적용됐고 실제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 이중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Dehasa’와 ‘Montado’, 영국 등은 ‘Silvopasture’ 등의 이름으로 산림농업 중 산지축산 혹은 임간축산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스페인 우엘바(Huelva) 지역에 가보면, 급격한 산비탈에 산양도 소도 아닌 돼지가 방목되고 있다. 발효생햄인 하몽(Jamon) 중 최고로 친다는 이베리코 하몽이 지역 Dehesa 시스템에서 키운 돼지로 만든다. 생산부문 뿐만 아니라 가공, 그리고 관광까지 연계시킨 임간축산으로 6차산업화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돼지 1마리당 2ha라는 방대한 토지를 요하는 시스템이지만, 하몽이라는 부가가치 높은 생산물로 문제를 극복한 사례이다. 시스템을 둘러보면, 누구라도 산지축산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확신이 든다.

  과거 산지축산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중 소통 부재의 문제가 자주 지적된다. 특히 축산과 산림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동물복지가 확산되는 가운데 산지를 이용한 사육밀도 조절이 대응책으로 대두돼 있다. 한편 산림부문에서는 축산이 산지에 입지 시 환경 훼손 및 생태 파괴를 우려한다. 단순히 산지축산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산지생태축산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일랜드 등지에서는 초지간 구획을 목책이 아닌 나무를 식재해 목재생산 등 임업의 부가가치도 높이고, 가축에게 그늘을 제공해 가축의 생산성도 높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산림부문과 축산부문간의 접점이 임간축산이며, 친환경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산림농업인 것이다. 축산에 주는 또 다른 의미는 산에 나무가 있는 곳에 가축이 들어가는 연구를 산림 쪽에서부터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통을 위해서는 여기부터 출발하면 된다.

  현실적으로 소통을 위해서는 설득작업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설득도 가능하다. 부문간 소통은 부문간 융합으로 이어져 창조경제로 이행될 수도 있다. 산지축산의 성공을 위해서는 부문간 소통이 열쇠가 될 것이다. 임업과 축산간의 소통과 융합, 지역과 축산간의 소통과 융합, 기술과 경영부문간 융합, 축산과 관광과의 융합이 필요하다. 부문간 융합으로 인한 새로운 시장 개척 또는 틈새시장 개발 등도 기대할 수 있다. 고객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도 또 다른 형태의 소통방법이며, 융합수단이라 할 수 있다. 관광과 축산간의 융합 과정도 중요하며, 환경적 부가가치 증진에도 노력해야 한다.

  축산부문과 산림부문 모두 생산성과 부가가치 증진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산지의 초지가 경제성을 가지고 활성화되기 위해서 해당 토지에 적합한 품종이 개발돼야 하고, 가축사양과 부가가치 제품의 제조 기술력 향상을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토양과 동식물의 생태 및 특성에 대한 관련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가축 및 산림 관리 기술개발과 같은 분야에 대한 연구도 필수적이다. 토양복원력(carring capacity)에 대한 연구와 같은 산림의 생태를 보전하면서 산림과 축산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관련 연구도 필요하다. 이 외에도 기계화 연구, 지원제도 연구 등 연구·개발돼야 할 분야가 적지 않다.

  산지생태축산의 성공은 친환경 축산물 시장의 확보를 통해 빨라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친환경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산지 생태축산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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