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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연구개발투자, 민간부문의 역할증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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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진

KREI 논단 |  2013년 10월 10일 
김 종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3년 농림축산식품분야 정부 연구개발 투자액은 농림축산식품부 총 예산의 5.1% 수준인 8,319억 원으로 계획되었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것으로 그동안 공공부문의 꾸준한 예산증액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민간부문 연구개발 투자는 상당히 저조한 실정이다. 민간부문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농산업의 정의와 추계방식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으나 연구수행 주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전체 투자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재원의 출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약 5% 남짓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OECD 국가들의 평균 민간부문 비중이 4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경우 상당히 저조한 실정이다.

 농업부문의 연구개발 투자에서 공공부문의 비중이 큰 것은 농업의 고유한 특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농업은 생산주체의 규모가 작으나 투자에 따른 성과는 다른 생산자에게 쉽게 파급되는 경향이 있어 투자성과의 내부화 혹은 독점화가 어렵다. 또한 연구개발에 따른 비용만 발생하는 기간인 연구개발투자의 회임기간이 5~10년으로 여타 산업의 연구개발에 비해 길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 제공, 투자의 불확실성 및 국지성 등의 특성을 가진다. 이상과 같은 농업 연구개발 투자의 특성으로 인해 다른 어떤 분야보다 민간의 참여가 제한적이고 공공부문의 주도적인 역할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생명공학과 같은 관련 기술변화와 지적재산권의 확립 등의 제도변화에 따라 OECD 국가를 중심으로 민간부문의 농업 연구개발 투자에서의 역할이 급속히 증대되어왔다. 특히 미국 등 몇몇 선진국의 경우 민간부문의 비중이 공공부문의 비중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농업부문에서의 연구개발 관련정책도 공공부문이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의 연구개발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전반적 추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민간부문의 연구개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농업부문의 연구개발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민간부문의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립에서 중요한 것은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역할분담 문제이다. 공공부문의 투자와 민간부문의 투자가 대체관계에 있을 경우 공공부문의 투자확대는 민간부문의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OECD 국가들의 전반적인 추이를 보면 공공재적 성격의 기초·기반 연구는 정부연구기관이 추진하나 산업화를 전제로 민·관의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러한 추이는 각 국가들의 부문별 연구개발비 비중 추이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기초·기반 연구는 공공부문 비중이 큰 대신 상품화 등의 응용연구 분야는 민간부문의 비중이 훨씬 크다. 또한 비교적 장기간이 소요되는 작물육종이나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공공부문의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반면,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단기적으로 가능한 품종개발의 경우 민간부문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분야별로 보면 상품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식품, 작물, 농기계 분야에서는 민간부문의 역할이 큰 데 반해 자원·환경, 식품영양 및 안전, 통계 및 정책, 농촌개발 등의 분야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여전히 절대적이다.

 이러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역할 분담에 더하여 민간 연구개발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해당 산업에서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20여 년간 주요국의 민간부문 연구개발비 변화추이를 보면 종자 및 바이오관련, 농기계, 동물유전·육종의 증가율이 큰 반면, 비료, 농약, 사료 등에서의 증가율은 매우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종자 및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 투자에서는 연구개발비 증가가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연구개발비 변화추이에 더하여 하나 더 주목할 것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는 기업의 규모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약산업을 예로 들면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액 비중은 9%에 달하며, 이들 기업이 총 농약산업 매출액의 57%, 전 농약산업 연구개발 투자액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상위 20여개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이 전 농약산업 연구개발 투자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자 및 바이오산업, 농기계 등의 농업 관련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하여 기업 크기는 연구개발 투자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난다.

 농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연구개발 투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및 제도의 변화 등으로 공공부문 연구개발 투자만으로는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기초기반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부문 연구 성과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즉, 공공부문에서 개발된 지식과 기술을 상품화하여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의 상품화를 위한 응용기술 개발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민간부문의 연구개발 기반이 취약한 경우 개발된 기술이 상품화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농산업 연구개발에서 민간부문의 역할 및 추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공공부문과의 역할의 재정립을 바탕으로 민간부문의 연구개발 투자 증대를 위한 농업기술혁신시스템 구축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관련 정책연구가 절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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