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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격 회복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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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허덕
농민신문 전문가의 눈 | 2013년 3월 13일
허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실장)

과유불급(過猶不及). 3월 3일 삼겹살데이에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사면서 머릿속에 맴돌았던 말이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g에 800원이라는 가격은 가히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돼지를 생산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만큼 낮아도 너무 낮은 가격이다.

 

 생산자단체에서는 돼지 한마리를 생산하는 데 38만원 정도가 든다고 주장한다. 통계로 나온 생산비는 2011년이 최근 것으로, 29만원이다. 2012년 통계치 역시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돼지가격이 20만원 초반대임을 감안하면 농가는 돼지 한마리를 출하하면서 통계치상으로도 대략 8만원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돼지가격이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 2010년 10월 시작됐던 구제역 사태 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300만마리 이상의 돼지가 파묻혔다. 전체 사육마리수의 30% 정도다.

 

 결국 돼지고기 공급이 크게 줄면서 돼지고기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한때 도매가격이 1㎏에 7000원을 넘으면서 금겹살이라 불렸다. 자연히 물가안정을 국정의 기조로 삼았던 정부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 생산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를 무시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구제역 사태가 심화되면서 많은 농가의 돼지 축사가 텅텅 비게 됐고, 사육을 재개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방역도 강화했다. 덕분에 기존에 거의 토착화되어 있던 질병들이 거의 없어졌다. 이것은 돼지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돼지가격이 크게 오르자 정부는 물가안정 수단으로 무관세 할당관세를 통해 2011년에는 22만 4000t, 2012년 상반기에는 9만 2000t을 수입했다. 이에 따라 값싼 수입 돼지고기가 국내산 시장을 잠식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수요가 축소된 것도 돼지가격 하락에 한몫했다. 정부는 사료가격 지원책을 비롯해 몇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은 역부족으로 판단된다.

 

 돼지가격 회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육마릿수를 줄여야 한다. 이때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적당한 가격에 먹을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줄여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얼마나 줄여야 할까. 수요축소 부분은 차치하고 공급 부분만을 고려하여 대략 따져 보자.

 

 돼지의 생산성은 MSY 지표로 나타낸다. 1년에 어미돼지 한마리가 낳아 출하하는 비육돈의 마릿수를 MSY라 한다. 구제역 이전 돼지 사육마릿수가 990만마리 수준일 때 MSY는 15마리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는 17마리 수준으로 두마리 정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는 같은 사육마릿수 규모에서 13% 이상 돼지고기가 더 생산된다는 의미다. 최소한 13% 정도는 줄여야 구제역 이전처럼 농가가 손해는 안 볼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미돼지 감축 노력과 잃어버린 시장을 복구하는 노력이다. 천만다행으로 업계에서도 어미돼지 10%를 줄이려는 자구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9~10개월이 소요된다. 어떻게든 빨리 과잉된 물량을 덜어내야만 양돈산업의 미래가 있을 텐데, 당장 효과를 낼 대책은 별로 없다.

 

 돼지고기 소비 확대를 위해 대량급식소의 국내산 사용확대, 대대적인 할인판매 및 소비촉진 등 특단의 대책도 시급히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고, 사회적 약자에게 돼지고기를 지원해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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