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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생산안정사업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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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지인배
KREI 논단| 2013년 2월 26일
지 인 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들어 축산업은 FTA 추진에 따른 시장개방,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가격 인상,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질병의 발생, 환경규제의 강화, 과다사육으로 인한 공급과잉과 축산물가격 하락 등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축산업의 환경 변화에 대응할 뾰족한 대책들이 많지 않다. 경제발전을 위한 FTA 추진이나 환경을 중시하는 문화 등은 시대적 흐름으로 거스르기 어렵고,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질병발생은 지구의 기후변화 등 불확실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자연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과다사육으로 인한 공급과잉과 축산물가격 하락은 축산업 내부에서 의사결정 조절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완화 또는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이다.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은 한우번식기반 구축을 위해 한우번식농가를 보호해 주는 제도이다. 2012년 3월까지는 송아지가격(2개월 평균)이 165만 원(4~5월령) 이하로 하락할 경우 최대 30만 원까지 그 차액을 보전해 주었으나, 2012년 3월 변경된 규정에서는 기준가격을 185만 원(6~7월령)으로 바꾸고 전체 가임암소사육두수별로 보전금액을 0원에서 최대 40만 원까지 차등하여 지급한다.

  

  송아지가격안정사업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약 14년 전인 1998년이다. 1997년 IMF 경제위기와 2001년 수입개방을 앞두고 쇠고기 공급물량이 급증하면서 산지소가격과 송아지가격이 폭락하던 시기에 처음 도입되었다. 2000년부터 전면 시행되었으며, 2008년과 2009년, 2011년에 지원되었다.

  

  왜 지금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을 실시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한육우산업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한육우산업은 살아있는 생물을 사육하여 쇠고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임신에서 도축까지 대략 3년 반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현재 시장가격에 반응한 축산업자의 공급의사결정 결과는 적어도 4년 후에 나타난다. 문제는 4년 후의 쇠고기 시장 수급이 축산업자가 4년 전에 고려한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4년 후에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도 소시장이 호황인 상황에서 축산농가는 계속 공급을 늘리는 것이고, 정부의 입장에서는 사육감축정책을 시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사육두수와 소가격이 대략 10~12년을 주기로 반비례하며 등락을 반복하는 사육주기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육주기는 축산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한육우 산업의 특징은 대규모 비육우농가와 소규모 암소번식농가가 뚜렷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소규모 암소번식농가는 암소사육을 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송아지가격 폭락시기에 버티지 못하고 쉽게 폐업을 한다. 결국 한우의 번식기반이 더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사육주기의 정점을 높이고, 저점을 깊게 한다. 이와 같은 한육우 산업의 특징으로 소가격과 사육두수는 주기적으로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면서 축산농가의 소득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효용까지 감소시켜 결국에는 국가의 후생을 감소시킨다.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이 처음 도입된 1998년 전후의 상황을 살펴보자. 1996년 한육우 사육두수는 전 최저점인 1989년의 154만 두 이후 약 85% 증가한 284만 두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로 인해 1998년의 도축두수는 102만 두로 역사상 최고점을 갱신하였다. 결국 1998년 송아지가격은 3년 전인 1995년 168만 원의 1/3수준인 66만 원으로 폭락하였다. 이러한 송아지가격의 하락은 번식농가의 탈퇴로 이어졌으며, 결국 5년 후인 2001년 한육우 사육두수는 145만 두로 1996년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2000년을 전후로 한우쇠고기의 공급이 급감하였으며, 그 빈자리를 미국산을 비롯한 수입쇠고기가 채웠다.

  

  그런데 14년이 지난 2012년, 1998년과 아주 유사한 현상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문제는 현상은 비슷한데 정책방향은 반대라는 것이다. 1998년 당시 한육우 번식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을 이번에는 규정을 바꾸어 작동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즉, 2011년 한육우의 공급과잉으로 소가격이 폭락하자 이에 대한 공급을 줄이는 대책으로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이 발동하는 조건에 가임암소사육두수라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 송아지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번식농가 보호에 한계를 가지게 되었으며, 많은 번식농가들이 한우사육을 포기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5년 이후에는 한육우 사육감소로 인한 공급부족과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다시 미국산 쇠고기가 차지할 것이다.

  

  공급과잉을 막을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앞으로 닥칠 한육우의 급격한 사육두수 감소에 대비하고, 우리나라 한우쇠고기 시장을 지킬 준비를 할 때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을 복원하는 등 한우번식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우의 번식기반을 유지하고 비육우농가도 보호하여 우리나라 쇠고기시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송아지생산안정사업의 복원시행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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