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종자산업의 육성을 위한 기본 전략
4062
기고자 강창용
농수축산신문 특별기고 | 2013년 2월  8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에서 종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종자전쟁이라고 말할 정도로 종자주권은 식량주권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갈수록 종자를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 강화가 이를 증명한다. 과거와 같이 그냥 있으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재산권 대상 하에서 굴지의 기업들이 생산, 판매하고 있다. 그냥 쓸 수 없는 세상이다. 단순이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원의 관리와 보존, 발전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종자보전과 개발은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욕적으로 ‘종자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2006.9)’을 마련해 실행해 오고 있다. 2009년도에는 ‘신성장동력으로서 2020 종자산업 육성 대책’을 마련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Golden Seed Project’는 진행 중이다. 종자개발 지원과 함께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종자산업육성과 종자개발은 미래 지향적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다국적 종자기업들의 행태에서 우리의 전략을 위한 시사점을 간추려 본다.

 

 첫째 종자개발과 종자산업의 육성에서 주체는 국내기업이 돼야 한다. 종자개발을 정부에서 무한정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국제 시장에서 경쟁해 수출을 확대하는 주체는 종자기업이다. 기업은 생사를 걸고 경영을 하기 때문에 공공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비해 적극적이다. 따라서 주체는 국내의 기업이 돼야 한다. 세계 종자시장에서 상위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모두 다국적 기업이다. 그들은 주체적으로 각종 연구개발 사업은 물론이고, 종자를 개발하고 시장을 이끌고 있다.

 

 둘째 소수 품목에 집중해야 한다. 2012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약 5000억원을 투입해서 20개 이상의 품종을 개발한다고 한다. 정부지원이 모두 이뤄지고 20품종을 개발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품종에 25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여기에 개발주체들이 분산되고 한정된 자원이 여러 곳으로 갈라진다면 과연 우리가 원하는 품종개발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전략품목을 선정하고 여기에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

 

  셋째 규모가 큰, 종합 자재기업을 키우는 방향에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시너지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연관산업을 동시에 경영한다. 독일 바이엘의 경우 제약과 화학에 이어 바이엘 크롭사이언스 라는 굴지의 농화학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비료와 농약중심의 몬산토가  세계적인 종자회사인 세미니스를 합병(흥농과 중앙종묘 인수)해 영역을 확장했다. 신젠타의 노바티스합병(서울종묘 인수) 역시 이러한 맥락이며 이제는 일반적 추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 가운데 종자와 농약과 농업관련 제품의 개발과 생산에 유리한 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성공지향 전략이다.

 

 넷째 해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하에 종자를 개발, 생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후발이고 규모도 작다. 세계 3위 기업인 신젠타의 종자 매출규모만 2011년 32억달러, 농약도 102억 달러나 된다. 노바티스를 통해 한국에 진출했지만 세계 90여국에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다.

 

 2007년에는 몬산토와 바이엘 크롭사이언스간에 라이센스관련 업무협정(MOU)을 체결하는 등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생존과 후발기업 견제를 위한 합종연횡 역시 자주 보이는 전략이다. 따라서 우리는 단기적으로 세계적 기업들의 개발과 판매망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과 전략적 제휴로 상호 윈윈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현지 연구소중심의 수출품목개발이 필요하다. 다국적 기업들의 현지 진출과 동시에 두 가지가 두드러지는데 현지 인수기업의 브랜드 사용과 연구소설립이다. 자원확보와 개발, 판매의 현지화를 위해서이다.

 

 한국 몬산토의 경우 ‘흥농씨앗’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바이엘 크롭사이언스는 평택에 연구소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몬산토의 자회사인 세미니스의 경우 세계 17개국에 51개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다. 종자생산지도 23개국에 이른다(2007). 따라서 종자수출을 지향한다면 현지에서 기술개발과 함께 판매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정된 자원을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으면 가뭄으로 마른 논에 이슬비 뿌리는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종자의 개발과 종자산업의 육성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차기 정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종자산업 육성사업이 10년 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출발부터 매우 철저하고 유효한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