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마을회관의 경로당화 바람직한가?
4014
기고자 김동원
농업인신문 | 2012년 8월 31일
김 동 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농촌의 마을회관에 나부끼는 태극기와 새마을기, 대한노인회 깃발은 행정기능과 마을개발의 중심적 역할, 경로당 기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마을회관은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 추진을 위한 주민회의 공간으로 건립됐다. 그 후 현재까지 마을회관은 농촌주민들에게 공동체 활동 공간이면서 휴식처로, 소통의 장으로 활용되는 가장 중요한 공동시설이다.

 

  마을회관 건립 초기와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을회관을 본거지로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추진했던 중심세력인 청장년들이 노인이 되어 마을회관을 경로당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청년조직인 4H 클럽의 회원 수가 지난 40년간 10분의 1로 줄어들고, 농촌인구 4명 중 1명은 70세가 넘은 노인인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625개 마을회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마을회관은 농촌지역의 유일한 커뮤니티 시설로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조사대상 마을 10곳 중 8곳은 마을회관에 모여 공동식사를 하고 있으며, 겨울철 농한기에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마을회관에서 소일하고 있다. 증평에서 만난 마을 이장은 “아마 마을회관이 없었으면 더 일찍 돌아가실 노인분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에둘러 마을회관의 의미를 설명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마을회관이 지나치게 노인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조사결과에서도 마을회관이 경로당을 겸하는 비율이 85% 정도이며, 이용자층과 프로그램도 노인중심으로 운영되는 등 마을회관의 경로당화 경향은 뚜렷했다.

 

  농촌지역에 젊은 층이 소수이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존 조사에서도 마을회관이 노인전용 공간이 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노인과 일반 주민간 소통을 단절시키고 마을내 노인 돌봄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혜택이 부족한 농촌에서 마을회관은 공공서비스가 제공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마을의 전통 보존과 계승, 마을 공동생산, 농촌체험과 도농교류를 위한 공간 등 다양한 기능이 있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과 귀농·귀촌인구 증가 등 새로운 인구 유입에 따라 마을회관이 인큐베이터 기능까지 수용하기를 바라는 요구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계층이 다양한 기능으로 마을회관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

 

  현재 마을회관은 시군에서 신축과 개보수, 그리고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난방비 등 운영비는 경로당으로 등록된 곳에만 지원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회관에 경로당이 같이 있는 복합형의 경우 운영에 따른 주민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마을회관 단일형은 34%가 유휴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제부터라도 전국의 마을회관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실태 조사를 통해 변화된 농촌사회의 공동체 회복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마을회관은 도시처럼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농촌주민들이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고 과소화·고령화로 침체되고 있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통로이기에 민·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