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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이상기상과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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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창길
농어촌선교신문 기고 | 2012년 8월 28일
김 창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원환경연구부장)

  

  최근 들어 기상이변에 의한 각종 재해가 과거 인류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지구 곳곳에서 일으키고 있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특히 이상기상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금년에는 세계 제일의 곡창지대인 미국 중서부와 남미의 극심한 가뭄으로 옥수수와 콩 가격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아 전 세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년의 곡물가격 폭등은 바이오에탄올 수요 급증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한 2007~2008년과는 달리 가뭄에다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가격불안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곡물가격 폭등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의 확산이 심상치 않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식량안보의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식량부족은 세계적인 식량파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국지적인 문제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국가 간의 교역이 활발해지고 확대됨에 따라 국지적인 식량파동의 파급효과가 다른 국가들에도 미치게 되었다.

 

  2010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사료곡물 포함)은 26.7%로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쌀은 자급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주요 곡물인 소맥 0.4%, 옥수수 0.9%, 대두 7.1%에 불과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불안할 때 마다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구촌에 폭염, 폭우, 폭설, 태풍 등 이상기상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이상기상이 발생하지 않아 국제곡물시장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경우 식량 확보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국제곡물시장은 거래되는 물량이 총 생산량의 10% 안팎인 ‘옅은 시장(thin market)’으로 수입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옥수수·밀·콩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주요 곡물메이저가 수입량을 좌우하고 있다. 따라서 이상기상이 수반되는 경우 국제곡물시장에서 식량가격 폭등의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 국가들은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와 공급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임을 인식하고 식량안보 확립을 위해 노력중이다. 국제곡물시장의 수요, 공급, 교역의 측면에서 바라본 한국의 식량안보 상황은 매우 열악하며 향후 계속해서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지금이 한국의 식량안보 구축을 위해 적절한 대응책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며, 몇 가지 대응책을 제시코자 한다.

 

  첫째, 국가 부존자원 활용을 최대한 고려하여 식량자급률의 목표치를 설정하여 단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2011년 7월 2015년 식량자급률의 목표치를 25%에서 30%로, 주식자급률은 54%에서 70%로 재조정하였다. 2020년 목표치의 경우 식량자급률은 32%, 주식자급률은 72%로 재설정하여 발표하였다. 이러한 식량자급률 목표치의 상향조정에 부응하여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이 마련되어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상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식량수급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상기상이 빈발해지므로 이에 대비하여 농업분야의 적절한 적응대책이 모색될 수 있도록 기상정보와 식량수급을 연계하여 식량안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용토록 해야 한다.

 

  셋째, 이상기상이 발생하는 경우 농업생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농업용수 개발과 수리시설 개선 등의 농업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넷째, 농지이용계획 수립, 논밭 기반정비와 논 이용 다양화, 겨울철 유휴농지 활용 등 농지의 다각적 활용을 통한 밀, 조사료, 녹비작물 등 주요 품목별 생산을 확대토록 해야 한다.

  

  다섯째, 남는 쌀과 조사료를 활용하여 곡물 수입수요 대체를 위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부존자원을 이용한 조사료 재배면적의 확대와 급여비율 개선은 사료곡물 수입 대체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여섯째,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식량기지를 건설토록 해야 한다. 해외농업자원개발을 위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시도되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민간주도 개발의 한계 극복을 위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기획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곱째, 위험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제곡물의 가격변동성에 노출되어 있는 현물거래를 지양하고 선물시장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이상기상에 따른 흉작과 수입중단 등의 유사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의 법적 근거와  실행매뉴얼을 수립해야 한다. 식량안보 관련 위기 단계별로 긴급증산을 위한 석유?비료?종자 등의 자원 확보, 유통 통제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유사시 식량안보 대응 매뉴얼을 수립하여 활용토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이상기상의 빈도와 변동 폭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건실한 식량안보 체제 구축은 시대적인 과제이다. 기후변화와 이상기상에 대비한 식량안보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농업이 식량주권의 기반산업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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