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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폐교는 또 다른 폐교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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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마상진
내일신문 기고| 2012년 8월 3일
마 상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급당 최소 학생수 20명을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농촌 소규모 학교의 폐교 문제가 다시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다. 현재 농어촌 학교의 2/3 정도가 통폐합이 예상됨에 따라, 지자체와 학부모, 교원 단체는 강력히 반발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도시 중심의 산업화가 추진되고 이농이 심화되면서, 농촌의 학생수가 급감함에 따라 1982년부터 추진되었다. 그동안 사라진 학교가 3400여 개로, 전체 농촌 학교의 2/3 정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1면에 1개 학교도 유지가 되지 않는 지역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지난 30년간 일관되게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펴고 있지만, 막상 학생의 학습권 신장과 교육재정의 효율화 등 정책 추진의 근거와 관련한 뚜렷한 실적은 없다. 학습력 신장과 관련한 실증 자료는 마땅히 없고, 도농간 학력 격차는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통폐합에 따른 재정적 이득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연구에서도 학교 통폐합은 일부 단기적인 행정 비용은 감소하지만, 추가 전문인력운영, 학생 통합지원 등에 따른 제반 관리 비용이 장기적으로 증가한다고 지적한다.

 

주택가격보다 교육여건 보고 이사

 

  오히려 학교가 없어져 해당 지역의 세금 창출 기반이 허약해지고,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사회가 지게 된다는 결론이다. 최근 발표된 국토해양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자녀를 둔 가정이 이사할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주택가격이 아닌 교육여건이었다.

 

  그러다 보니, 농촌의 부모들은 아이 교육을 위해 면에서 읍내로, 읍에서 시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 나아가 귀농하고자 하는 가정은 학교가 없는 지역으로는 가지 않게 된다. 도시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의 고령화 문제가 모두 폐교 때문만은 아니지만, 폐교가 농촌 지속가능성의 단초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폐교위기까지 갔다가, 교장 교사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남다른 노력으로 다시 살아난 농촌 학교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웬만한 도시 학생들은 누리지도 못할 다양한 교과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인근 도시 학생들이 몰리는 농촌 학교가 등장했다. 이들 지역은 그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전입해온 도시 학부모들로 인해 살 집을 구할 수 없을 지경이다. 농촌 학교가 '돌아오는 농촌'을 선도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준다.

 

농촌학교 중심으로 지역문화 생겨

 

  농촌에 학교가 존재하면 농촌의 주민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문화를 생성하거나 유지할 수 있다. 학교가 존재해야 세대가 공감하는 '느끼며 배우는' 능동적인 농촌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농촌이 도시민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이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으로 각인될 수 있다.

 

  농촌의 지역 공동체를 다시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농촌 학교를 살리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의 농촌 폐교 역사는, 폐교는 또 다른 폐교의 시작일 뿐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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