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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재능기부,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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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기업
농경나눔터 농정시선 | 2012년 7월호
김 기 업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차장)

 

농어촌 재능기부의 출발점

 

  6년 전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의 산촌체험장에서 농어촌지역 활성화에 관심과 열의를 품은 전문가 9인이 뜻을 모아 순수 재능기부 지식봉사(knowledge donation) 형태의 현장지향형 프로그램인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을 구성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는 회원이 90여 명으로 늘어났다.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의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다양한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활성화가 진척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비가 투자되면서 마을공동체가 두세 갈래로 갈라져 주민들 간에 반목과 불신이 생겨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노력이지만 마을사업을 시작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들을 한마을 한마을 직접 찾아가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포럼을 만들고, 재능기부가 시작되었다.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의 운영 원칙

 

  정부의 농어촌정책은 전국 농어민의 평균적인 의식과 여건에 맞추어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지자체에서도 모든 농어촌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식의 지원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농어촌지역은 자연환경과 인적여건이 상이하며, 농어민들 간의 의식수준과 역량 차이가 크고, 대체적으로 정보와 자료가 부족하고 변화에 둔감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장여건을 감안한 포럼 진행의 첫번째 원칙은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을 농어촌 주민에 두는 것이다. 즉, 포럼 개최 시기와 일정, 강의주제 선정과 토론진행 방법 등 모든 사항을 농어민 기준으로 하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변화할 수 있게 운영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역리더가 아니라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교육과 자문 및 컨설팅과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리더와 일반주민들 간의 의식수준의 차이를 좁히고자 한다. 셋째는 단순히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가들이 주민들과 하룻밤을 새우며 토론함으로써 지역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함은 물론, 회의와 토론 및 의사결정방법 등을 익히도록 해 향후 사업추진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넷째, 마을비전의 설정과 테마발굴 및 추진전략 수립 등을 주민 스스로 하도록 하며, 전문가는 단지 주민들이 잘 못하는 부분에 조언과 자문을 하는 넛지(nudge) 역할을 한다. 다섯째, 주민·전문가·행정 및 마을과 마을을 서로 네트워킹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유도하는 것으로, 연초에 10개 마을을 선정해 매월 현장포럼을 진행하며 타 마을 포럼 시에도 주민들을 참석케 하여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포럼 개최 기대효과

 

  이와 같은 원칙에 따라 6년 동안 78회의 현장포럼을 진행하여 60여 개 마을의 지역주민 등 연인원 4천 2백여 명과 포럼회원 760여 명이 함께 하며 260여 건의 주제발표를 하였다. 그 결과 주민들의 역량이 크게 향상되어 마을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정부정책의 목표가 달성되고 정부의 신뢰도가 향상되었다. 또한 농어업이나 농어촌과 관계 없는 기관이나 전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럼에 참석하여 농어촌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나아가 농어촌 문제해결을 지원하고 세력화하게 되었다.

 

함께하는 우리농어촌운동 

 

  이러한 포럼의 가시적인 효과는 물론 순수성과 진정성이 대내외적으로 인정되어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포럼을 롤모델로 하여 재능기부를 통한 색깔있는 마을만들기사업인 '함께하는 우리농어촌운동'을 정책사업으로 개발해 금년부터 대대적으로 전국에 확산시키고 있다.

 

  이 운동은 포럼과 같이 전문가들이 농어촌현장에 직접 찾아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자문, 자원발굴, 컨설팅, 토론 등을 실시함으로써 지역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마을에서 정책사업을 추진한다면 시행착오 없이 효과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며, 국고의 낭비 없이 농어촌지역 활성화란 정책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우리농어촌운동을 추진한 마을에 대해서는 포괄보조사업의 선정 시 우선권을 주도록 하여, 재능기부와 역량강화 및 정책사업 추진성공이란 선순환구조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재능기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동안 농활 등 수많은 농어촌 재능기부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단기적이고 한정적인 노력 동원과 지원에 그쳤으며 농어촌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에서 출발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재능기부는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는 것이며, 나아가 물고기를 잡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재능기부를 통한 농어촌활성화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능기부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여, 단순히 베푸는 것이 아니라 농어민들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여 함께 울고 웃는 행복여행 과정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포럼운영 원칙을 준수한다면 재능기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우리 농어촌에 희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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