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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마을 리모델링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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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동필
농민신문 시론 | 2012년 6월 27일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농촌마을의 규모가 크게 줄고 있다. 2010년 읍·면 지역에 있는 3만6,496개 마을 가운데 거주 가구가 20호 미만인 인구과소 마을은 3,091개다. 2005년에 비해 1,000개 늘어난 것이다. 면 지역에서는 그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생활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인구 감소추세가 두드러진다.

 

  마을은 최하위 행정단위이자 주민들의 일터·삶터·쉼터로서 지역공동체의 기초 단위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계를 만들어 상부상조하며 마을 제사를 지내는 등 공동체문화가 유지됐다. 설날에는 공동세배를 드리고 정월대보름에는 풍년을 기원하고 주민들의 안녕을 비는 지신밟기에 편윷도 했다. 주민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마을의 공동체적 전통 안에서 스스로 얻는 삶이 가능했다.

 

  지금은 그런 공동체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농촌 마을에서 인구 과소화가 진행된다는 의미는, 지역공동체는 아니더라도 근대화와 더불어 구축된 여러 공공 및 민간 전달체계로부터 제공받던 생활서비스마저 지속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생활쓰레기 수거, 대중교통수단 운행, 생필품 구매, 각종 상업서비스에 대한 접근의 불리함은 인구 과소화 정도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작목반 운영도 어려워지고 농산물의 공동판매 같은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생활이 불편하고 경제활동이 불리하여 인구 유출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농촌은 여전히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꾸려 나가는 삶의 터전이다. 따라서 지금은 지역공동체 유지와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농촌 마을을 재구성해야 할 때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계기로 마을 생활환경을 정비하기 시작한 이후 이런저런 농촌 마을개발사업이 있었다. 농촌 마을 여기저기에 국적불명의 슬래브 지붕의 주택이 늘어났지만, 발암물질인 석면을 포함한 슬레이트 지붕이 그대로 남아 있는가 하면, 상하수도나 쓰레기 처리장은 물론 늘어나는 농기계나 자동차를 위한 공간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새로 길을 내고 집을 고쳐 지었지만 농촌의 경관과 마을의 기능, 주민들 삶의 질에 관한 종합적이고 치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다.

 

  현재 국회를 비롯한 농업계 일각에서는 열악한 농어촌 주거환경을 개선하려고 ‘농어촌 마을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 법은 노후한 불량주택 개량, 슬레이트 지붕 철거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마을 전체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취약계층의 공동생활형 주택 조성을 공공 부문이 보조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어 참신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 문제에만 한정해서야 어찌 제대로 된 농촌 마을로 재구성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농촌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주민의 공동체적 생활을 회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농어촌정비법 등과 연계한 합리적인 토지이용 계획이 전제돼야 한다. 마을회관·창고·체육시설·상하수도·쓰레기처리장 등 농촌 마을이 갖춰야 할 공공시설과 문화·복지·여가 시설 그리고 경관적인 요소까지 아우르는 계획적이고 종합적인 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업을 기존의 마을 단위에 한정하지 말고 읍·면 단위 등 좀 더 넓은 공간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조·자립·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업 내용과 규모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주민자치의 과정을 뒷받침하는 법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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