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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 中 공업반포농업론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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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농수축산신문 시론| 2012년 5월 7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도농간 소득격차 날로 심 사회경제적 강자, 약자 배려 중국발 '반포지정(反哺之情)' FTA시대 본 받아야 할 교훈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삼농(농업, 농촌, 농민)문제’와 관련된 ‘중앙 1호 문건’을 발표했다.

 

  신중국 건국이래 초유의 일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삼농문제 해결을 극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 해결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1970년대 말부터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도했던 농업부문은 농가토지도급경영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제도개혁과 일련의 추가적인 개혁 조치를 통해 1980~1990년대에 걸쳐 일대 비약을 이룩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먹는 문제’의 해결을 선언하고 시선을 돌려 경제의 양적인 성장에 치중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는 세계 경제성장 역사상 초유의 업적을 달성했고 지금까지도 ‘중국의 기적’으로 칭송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농업부문으로부터 잠시 시선을 거둔 사이 식량생산 감소, 농가의 상대소득 하락을 위시한 삼농문제가 경제사회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특히 커다란 인구압력하에 식량문제 해결을 숙명처럼 짊어진 중국의 입장에서 1998년 이후 식량 생산이 5년 연속 감소한 것은 식량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됐다. 또한 도시와 농촌의 1인당 소득 비율이 1990년 2.20:1에서 2010년 3.23:1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는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중시켜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했다.

  

  2002년 10월 출범한 중국 제4세대 지도부는 삼농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반포(反哺, 사전적 의미-‘자식이 자라서 길러 준 부모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거나 전날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보답하는 것’)의 함의를 빌어 이른바 ‘공업반포농업론(工業反哺農業論)’을 개념화하고 삼농문제의 해결을 공산당과 국무원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공업반포농업론(工業反哺農業論)’은 2004년 9월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행한 후진타오의 ‘두 가지의 보편적 경향’에 관한 언급으로부터 비롯됐다. 공업화 초기단계에서 농업이 공업을 지원하고, 공업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보편적인 경향이며 공업화가 어느 정도 달성된 단계에서는 공업이 농업이 베푼 은혜에 보답하고, 도시가 농촌을 지원해 공업과 농업,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 역시 보편성을 지닌 경향이라는 것이다.

 

  농업부문의 희생을 딛고 비로소 강자의 위상을 지니게 된 공업부문이 이제 약자로 변한 농업부문에 은혜를 갚고 도시가 농촌을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도리라는 논리적 귀결이 신선하다.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는 ‘공업반포농업론(工業反哺農業論)’에 근거해 농업부문에 자원배분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칭 ‘강농혜농(强農惠農)’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경제성장과정에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경제성장의 일반법칙도 예외없이 관철되어 생산과 고용 측면에서 가장 비중이 낮은 산업부문으로 변한지 이미 오래다. 도농간 소득격차도 최근 사회전체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속에서 중국 만큼은 아니지만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포괄적인 성격의 FTA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피해가 도드라지는 농업부문이 느끼는 피로감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누적되는 피해는 국익을 위해 당연시되고 있고 보상이면 족하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물론 그동안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가 적지않았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렇다할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충분히 반성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고 하물며 강자로서의 지위가 약자의 희생을 토대로 한것이라면 당연히 은혜를 갚는 도리로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보편성을 지닌 경향이어야 한다는 중국발 ‘반포지정(反哺之情)’의 함의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FTA 시대 우리가 참고할만한 교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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