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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종사자의 직업만족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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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동원
농민신문 | 2012년 4월 4일
김 동 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우리나라 759개 직업에 종사하는 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사회적 평판, 정년보장, 발전가능성, 시간적 여유 등을 종합한 직업만족도는 초등학교 교장이 99점(100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대체적으로 교육과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노점 및 이동판매원·주차관리원·선박 갑판원 등의 직업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그렇다면 농업인의 직업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하위권이다. 농업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직업은 곡식·특용작물·채소·과수·육묘 및 화훼·가축 사육 등 6개다. 이들 품목별 종사자의 직업만족도를 단순 계산하면 평균 13.8점으로 759개 직업 중 650위 정도다.

 

  품목별로는 과수 재배자가 상대적으로 높아(28점) 569위로 600위권 안에 들었을 뿐 대부분 10점대를 약간 상회하는 만족도로 660위 전후를 기록했다. 특히 가축사육 종사자는 만족도가 가장 낮아(7점), 치어리더나 소각로 종사원 등과 같은 693위를 기록했다. 직업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인 장기 고용전망 인식에서 농업 관련 6개 직업군 모두 향후 5년간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매년 말 실시하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 농업인보다 경작 규모가 비교적 큰 현지통신원들이 응답한 2011년도 직업만족도(만족한다는 비율)도 27.5%로 나타났고 품목별 만족도 순위도 한국고용정보원 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불만족 이유로는 ‘노력에 비해 보수가 낮다’(32.9%)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가운데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장래불안’을 꼽은 비율이 30.2%로 전년보다 두배나 증가했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에 따른 불안감 확산으로 풀이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농업에 종사하는 직업으로서는 만족도가 낮지만 농촌생활에 대한 주거만족도는 상승(2011년, 39.5%)하고 있으며, 농업인 중 70% 정도는 농촌생활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 도시민 중 63% 정도는 기회가 되면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어떻게 농업인의 직업만족도를 높여 개방화 시대에 국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주체로 유지하고, 귀농·귀촌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이를 업으로 하는 종사자들이 보람과 긍지를 갖도록 여건을 만드는 일은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직결된다. 그래서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농업종사자에게 국민의 식탁을 책임진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고, 정당한 보상과 노고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는 농업인들의 직업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정부차원에서는 무엇보다 농업인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실효성 있는 개방 대책을 마련하고, 농업·농촌의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농업종사자의 직업만족도를 높이고 귀농·귀촌을 촉진하는 근본적인 처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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