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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우산업, 원인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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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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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2012년 1월 9일
정 민 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한우산업이 그 모양새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한우산업의 사육기반이 크게 축소된 상황 하에서 2000년대 들어 소비회복과 북미지역의 광우병 발생에 따른 쇠고기 수입량 감소로 국내 쇠고기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국면을 유지하였다. 가격호조에 힘입어 한우농가의 송아지 입식 열기가 고조되고 한우 사육두수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2011년 하반기 한우산업은 300만두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소비량보다 공급량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즉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하락폭이 크고 가격약세 국면이 장기화될 공산이 매우 크다.

 

한우가격은 20109월부터 조정을 받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하락폭은 점차 확대되어 2011년 하반기에는 한우 수소 산지가격과 암송아지 가격이 전년 동기간 대비 35%이상 하락하였다. 도매시장 쇠고기 가격도 품질 낮은 3등급은 29% 하락하였고, 1등급 이상은 약 18% 하락하였다. 소비자 가격도 하락하였으나 소비자가격에는 점포운영비, 이윤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정 폭이 작다. 그리고 가격하락 국면에서 유통업체가 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조정되는 데에도 시차가 발생한다. 산지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 크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소비자 가격의 인하와 소비증가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의 한우가격 하락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농업관측센터를 비롯하여 각종 심포지엄에서 가격하락 등 과잉 사육두수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물량조절에 대한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부응하여 2010년 하반기부터 농협 등 생산자단체가 중심이 되어 한우농가의 암소 10만두 자율도태 운동이 전개되었으나 그 실적은 2만두에 불과하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한우농가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한우산업 전체를 놓고 볼 때 아쉬움이 매우 큰 부분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우가격의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가임암소두수는 연말 기준으로 2008102만두에서 2010123만두로 크게 증가하였고, 2011년에는 다시 125만두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가임암소두수가 크게 증가한 2010년부터 한우 암소가격과 송아지가격이 조정받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소비수준에 부합하는 가임암소 두수는 100만두 전후가 적정하다고 볼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우산업이 장기 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능력이 떨어지는 암소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과잉물량에 대한 적극적인 도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한우가격의 하락 폭을 줄이고 빠른 시일 내에 가격 저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격하락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중간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고 직거래 물량을 확대해야 하며 소비촉진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은 지역 농·축협과 농협중앙회가 자체 유통망을 최대한 활용하여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을 제시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경쟁관계에 있는 일반 유통업체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전체적으로 한우고기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우산업은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사료가격 인상으로 채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한우농가는 물량 조절뿐만 아니라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사료비 절감 노력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한우고기의 시장 차별화에 있어 근간이 되는 고급육 생산에 대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도 안된다. 한우 고급육 생산은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보다 하락국면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한우농가는 가격하락의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기 보다는 스스로 책임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료비가 인상되는 되는 부분은 개별농가가 대처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사료가격 안정대책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직접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한우농가를 비롯하여 축산농가의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 한우산업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 주위로부터 지지도 얻을 수 있다. 한우농가, 한우협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농협, 그리고 정부 등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멋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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