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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도매시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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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11년 11월 18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십수년 전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농협 신경분리를 주제로 외국의 농협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관계성을 파악하고 전문가들과 토론하기 위해 우리로 말하면 농림수산식품부인 농업위원회 차관을 지냈던 농산물유통 전문가를 만나 토론을 한 바 있다. 토론 중 그분이 말한 코멘트는 그 후 지금까지 뇌리에 박혀 있다.

 

 “농협 신경분리를 포함해 중요한 농정 선택을 할 때 기준점을 농민에 두어야 한다. 과거 시스템보다 새로운 대안이 농민에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면 개혁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면 개혁을 유보하거나 말아야 한다.” 논란이 분분한, 즉 논리가 충돌하는 경우 더더욱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도매시장의 시설현대화가 가락시장을 필두로 본격화되고 있다. 많은 공영도매시장이 건축한 지 20~30년 지나 노후화되고, 1990년대 중반 이후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단순한 거래시설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건축 때는 허허벌판이었지만 어느새 도심 한가운데로 변해 다른 곳으로 이전 재건축하거나 아니면 멋진 시설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이유들이 설득력을 가진다.

 

 그중에서도 가락시장의 시설현대화는 단연 중요하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잘 진행되고 재건축 후 적어도 20~30년까지 농식품의 훌륭한 거래장소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설로 지어진다면 다른 도매시장들은 선행 모델을 벤치마킹하면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과정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과정에서 판매장 구조 형식, 시설 종류, 동선, 매장과 시설 배치를 어떻게 해야 하나 등 고민이 많다. 거기에는 항상 ‘미래’라는 시간 관점과 ‘거래방식’이 달라붙어 있다. 우리는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거리를 두고 미래에 초점을 두되 현재 시장이용자의 불편성을 최소화해야 하고, 거래방식의 다양화를 염두에 두되 경매와 상대매매 사이의 무수한 거래방식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고 선택하면서 도매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도매시장의 시설과 거래방식을 선택함에 있어 누구를 위한 것이냐이다. 공영도매시장은 분명 시장에서 교섭력과 정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무수한 출하농민들이 출하한 대량의 농산물이 교섭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구매상인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환경에서 가급적 높은 가격, 제값을 받고 신속히 판매되도록 하기 위한 시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산물이 신선하고 쾌적한 상태에서 구매자들에게 판매되도록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야 하며, 거래방식도 출하농민에게 유리한 방식이 선택되어야 한다.

 

 물론 공영도매시장은 구매자도 고려한 시장이어야 하고, 시장 내에서 거래를 담당하는 유통상인들을 위한 시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매시장이 구매자를 위해서는 편리한 구매환경을 조성하는 서비스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며, 상인들에게는 적정한 이윤을 남기도록 거래환경과 시설을 제공하면 된다.

 

 도매시장 시설과 거래방식을 논할 때 흔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방식을 벤치마킹한다. 중요한 것은 거래단위와 규모, 상거래의 역사 등 유통환경의 근본적 차이에 기반을 둔 벤치마킹이어야 하며 우리의 선진적 거래모델이어야 한다. 시설현대화와 거래제도를 논하고 선택할 때는 구매자와 유통인도 고려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출하농민들에게 ‘확실하게 더’ 유리하고 도움이 되느냐가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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