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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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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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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지현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1년 11월호
최 지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식품은 소비자 관점에서 본 ‘먹을거리’의 대명사이며, 농업은 ‘먹을거리’의 공급 원천이다. 이처럼 농업과 식품은 ‘먹을거리’의 공급과 수요자로서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다. 식품산업은 제조가공과 외식서비스를 통해 원료농산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국내 농업과 연계한 식품산업의 발전은 농가소득의 증대와 농산물 수급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식품산업규모는 2009년 131조로 최근 10년간 제조업은 6.6%, 외식업은 7.9%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농업부문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도 못 미치지만 식품산업분야를 포함하면 8%에 달해 이들 두 분야의 상생발전은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과 고용증대를 통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내 식품제조업의 농산물 원료 50% 이상 수입에 의존

 

 국내 식품제조(가공)업의 농산물 원료사용 구조를 보면 주요 원료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농업과의 연계는 미약하다. 더욱이 최근엔 단순가공·냉동·절임 등 1차 가공형태의 수입 농산물이 식품제조 원료나 외식업체의 식재료로 사용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식품제조업이 국내 원료 사용을 적게 하는 이유는 높은 가격, 필요물량 확보의 한계, 균일하지 않은 품질 때문이다.

 

 가격문제는 단기간 극복이 어렵지만 필요물량의 확보와 품질 개선은 농업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최근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국내외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생산기반은 매우 취약해 유기농원료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산 원료로 생산된 유기가공식품을 선호하지만 실제로 국산원료를 사용한 유기식품은 14%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가공한 유기가공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유기가공품의 수입도 증가하고 있어 농가뿐만 아니라 식품기업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강화를 위해서는 생산에서부터 가공·유통·소비 과정을 포함하는 모든 푸드체인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지는 규모화와 집단화를 통해 필요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춰야 하며, 품질향상을 위해 품종개량에서부터 수확후 저장·가공기술 등 기술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산지 농민은 공동계산제를 통한 청과물 생산의 규모화와 품질 향상이야 말로 식품산업과 연계를 위한 필수조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축산물종합처리장(LPC), 미곡종합처리장(RPC) 및 산지 가공시설 등은 품질 향상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1차 농축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시설을 운영하는 생산자단체나 영농조합법인과 식품가공업체, 식자재 공급업체, 유통업체 및 외식업체와 거래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세척·절단 등을 거친 전처리농산물의 외식부문과의 연계, 지역우수농산물의 학교급식과의 연계시스템은 현재보다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로컬푸드 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농촌지역 전통식품산업의 활성화도 중요한 사안 중의 하나이다. 2000년대 중반 450여개에 달했던 정부지원 전통식품가공업체는 200여 개가 폐쇄되었는데 남아 있는 업체들에 대해서 기술지원과 판매마케팅에 대한 컨설팅도 필요하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발전, 식품소비 확대가 전제돼야

 

 우리나라 식품제조업체는 5인 미만 업체가 85%에 달할 정도로 영세해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R&D(연구개발)투자가 미흡한 수준이다. 정부는 연차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여 선진국대비 30∼65% 수준에 불과한 식품기술 수준을 80% 이상으로 끌어 올려 식품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발전은 식품 소비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국내산 가공품에 대한 기능성, 안전성, 영양 등의 관련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한국형 식단을 개발·보급함과 동시에 올바른 식생활을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 음식점 원산지표시제의 확대와 품질 인증기준 및 사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소비자 교육을 통해서 국산식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소비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식세계화를 통한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도 중요하다. 한식세계화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수출함으로써 국가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식 세계화의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홍보, 한식당 확산, 한식 조리 인력 양성과 같은 기존 정책 외에 한식조리학교와 한식관련연구소 설립과 같은 인프라 구축도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해외 진출 식품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컨설팅 및 기술지원 등을 통해서도 우리 식품의 수출을 확대하는 것도 우리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높여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정부의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식품시장의 왜곡과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 공공성이 높고, 전략적으로 육성이 필요한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품 R&D, 통계정보 구축, 인력 양성과 같은 관련인프라 구축사업은 공공성이 높아 지속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한식세계화는 우리나라 식문화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농업과의 연계 강화는 물론 국격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므로 역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강화는 국산농산물 사용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 점진적이면서 실질적으로 국산농산물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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