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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밤산업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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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석현덕
KREI 논단 | 2011년  8월 1일
 석 현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밤은 세계 최고의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밤 최대 소비국인 일본에서도 우리 밤의 인기는 최고이다. 중국이 우리 밤 종자를 가져가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 우리 것을 따르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밤은 고소득 작물이었고 아직도 괜찮은 작목이다.

 

 그렇다고 밤 산업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중국이 꾸준히 품종개량을 하고 재배면적을 늘리면서 싸고 맛있는 밤으로 세계시장은 물론 우리의 안방도 공략하고 있다. 반면 우리 밤은 주요 수출시장인 일본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밤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주요인이다. 농촌지역의 노동력 부족 등 재배환경의 악화도 문제다.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고 신규식재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밤  생산은 꾸준히 늘어 날 것이고 우리나라 밤의 경쟁력이 개선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데 있다. 더구나 알밤과 깐밤만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재의 단순한 산업구조로는 부가가치가 높아지거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의 밤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밤산업이 생산 중심에서 가공 중심의 식품산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밤 생산량 세계 2위, 그리고 가장 맛있는 밤을 생산하지만, 가공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생산량이 한참 적은 프랑스나 스페인 등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  생밤이 맛있는 이유도 있지만 박피가 힘든 것이 가장 큰이유다. 물론 밤 가공에 있어서 박피문제가 큰 제약조건이지만 너무 심하다. 그나마 가공제품으로 분류되는 것도 밤을 찌거나, 굽거나, 아니면 까서 요리에 첨가하는 정도니 가공으로 보기도 힘들다.

 

 스페인이나 프랑스는 밤가공 산업이 굉장히 발달했다. 쪄서 포장하여 먹기 좋게 만든 간단한 가공제품에서, 2차가공의 기본단계인 퓨레나 분말, 쨈이나 크림형태의 보조식품, 그리고 밤 모양을 그대로 살리면서 2, 3차가공한 제품까지,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수십 종류의 가공품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부가가치도 높다. 설탕을 표면에 처리한 마론 그라세는 유럽현지에서 한 알에 1유로(한화 1600원정도)로 비싸게 팔린다.

 

 우리 밤을 가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껍질제거이다. 현재의 박피기계보다 더 좋은 기계나 설비를 만들던지, 껍질이 잘 까지는 품종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가공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피보다는 맛과 크기에 중점을 두고 품종개량을 하였다. 그 결과 우리 것보다 작지만 껍질제거가 용이한 중국산에도 가공품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포르투갈 밤이 껍질을 제거하기가 가장 쉽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더 쉽게 껍질을 까기 위한 품종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페인의 한 회사는 어떠한 품종의 밤도 완벽하게 박피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팔고 있다. 우리도 박피 제거 기계의 개량과 설비 도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다양한 제품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밤을 분말이나 퓨레로 만들면 가공할 수 있는 제품이 무궁무진하다. 유럽에서는 그 외에도 다양한 밤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우리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다. 내수시장을 목표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해외시장 특히 일본시장을 겨냥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생밤시장을 버리자는 것은 아니다. 크고 맛있는 밤은 당연히 생밤으로 소비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밤이 맛있고 식감도 좋기 때문에 생밤시장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생밤시장만으로는 우리 밤 산업이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밤식품 가공의 활성화는 우리 밤산업의 활로를 열어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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