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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아오는 농어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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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호
농민신문 기고 | 2011년 5월 27일
김 정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돌아오는 농어촌을 만들겠다.” 1990년대부터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귀에 익은 구절이다. 농촌을 떠나는 풍조가 만연하던 시대에 정곡을 찌르는 농정공약이었지만, 그야말로 선언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 돌아오기는커녕 이농과 탈농 추세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농어촌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실감나는 양상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여 작년에는 총 4,067가구에 9,732명을 기록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귀농이 늘어나 2008년까지 연간 2,000가구(약 5,000명) 수준에 도달했는데, 재작년부터 그 두배 정도로 뛰어 1만명 시대가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귀농 인구의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는 실직 등의 이유로 생계형 귀농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연령도 젊어지고 창업형 귀농이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귀농자 가운데 50대 이하 가구가 전체의 81%에 달하고, 전원생활을 찾으려는 귀촌보다는 생업으로 농업을 선택하는 귀농이 89%로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30대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엿보여 조만간에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귀농 희망자들을 만나보면 정말 다양한 계층이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저녁시간 교육에 참여한 직장인들의 열성적인 모습이 반갑기만하다. 더욱이 이들은 귀농 교육에 참가한다는 것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며, 주위 사람들도 이들이 머지 않아 농촌에 가서 살게 된다는 것을 매우 부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은 격세지감으로 다가온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귀농 예정자는 이제 농사도 해볼 만한 직업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맨주먹의 주먹구구식 옛날 농사가 아니다. 농작업에 농기계를 운전해야 하고 컴퓨터로 전자상거래를 해야 하는 시대니,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부럽지 않은 창업인 셈이다. 마침 베이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도시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귀촌인들도 농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인재들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시골은 줄곧 ‘떠나는 농어촌’이었는데, 이제 점차 ‘돌아오는 농어촌’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부응하여 지방자치단체들도 귀농·귀촌 지원사업에 열심이다. 귀농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농장 알선과 영농기술 상담 등의 창업지원을 비롯하여 주택자금 융자나 수리비 보조 등의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는 귀농인 유치 경쟁에도 나서고 있으니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

 

 이제 귀농인들과 함께 농업·농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 기존 농업인들은 귀농인들의 성공적인 영농 정착을 도우면서 마을 공동체에 어울리도록 배려하는 공존공생의 지혜가 필요하며, 귀농인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입생처럼 농촌사회를 이해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자체나 유관기관에서는 일시적인 귀농 지원보다는 귀농인들이 영농창업하는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귀농인들이 건실한 농업경영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오늘날의 귀농인들은 바야흐로 ‘이농 시대의 종결자’가 될 것이다. 작년부터 가속화하고 있는 귀농·귀촌의 도도한 흐름이, 미래농업을 인재가 모이는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귀농·귀촌을 통해 변화될 농업·농촌의 활기찬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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