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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 필요한 삼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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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대희
KREI 논단| 2011년 5월 23일
정 대 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

 

최근의 주류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건강, 천연, 유기농, 무첨가제, 기능성, 저칼로리 등이다. 우리의 막걸리는 이런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주류라고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일본에서의 막걸리 붐이 대한해협을 타고 넘어와 우리나라에도 막걸리 붐이 불었다. 막걸리에는 트립토판과 메티오닌이라는 필수아미노산 성분이 들어있고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풍부하여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막걸리에는 피네졸이라는 항암물질이 맥주와 와인에 비해 최대 25배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막걸리가 다시금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막걸리 시장의 성장이 단순히 붐으로 끝나지 않을까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견해는 막걸리라는 상품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막걸리는 저렴한 술이라는 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판매가격이 같은 양의 다른 주류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주로 유리병에 담겨서 팔리는 다른 주류와 달리 막걸리는 플라스틱 통에 담겨서 팔리기 때문에 고급스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브랜드 별로 특성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도 상품의 가치를 상승시키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와인의 경우 수천만 원까지하는 고급화된 제품부터 1만 원 이하의 대중적인 제품까지 다양하게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또한 각 국가별, 지역별, 품종별로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어 여러 계층의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프랑스 와인을 대표하는 보르도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와인이 매년 만종이 넘는다고 하니 그 다양성을 미뤄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다양성을 바탕으로 와인은 특별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사케도 와인만큼은 아니지만 수직적, 수평적 다양성을 통하여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가 마시는 모든 막걸리를 고급화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누룩, 쌀, 물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막걸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복분자막걸리, 보리막걸리, 감귤막걸리 등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사용하여 막걸리에 기능성을 첨가한다면, 판매 대상을 명확히 할 수 있으며 천연 원료에서 얻을 수 있는 고유한 향으로 수평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업체별로 고유한 누룩과 숙성방법을 개발하여 막걸리 그 자체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100% 천연 원료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는 등 고급화된 제품을 개발하여 제품군을 수직적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제철 과일, 햅쌀 등 특정 시기에만 생산되는 한정 판매 제품을 개발하여 희소성이 있는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외형적으로는 막걸리 용기의 고급화와 라벨의 규격화가 필요하다. 현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막걸리 용기는 고급 식당의 식탁에서 즐겨찾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일본으로 막걸리가 많이 수출 되고 있는데, 일본 신주쿠의 백화점 담당자에 의하면 막걸리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막걸리 취급이 꺼려지며 그래서 유리병으로 포장된 두 가지 제품만을 취급한다고 하였다. 프랑스의 고급 와인인 ‘샤또 무통 로칠드’는 피카소, 샤갈, 달리 등 20세기의 유명 화가들에게 라벨 디자인을 의뢰해 품격을 높이기도 하였다. 우리의 막걸리도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들은 발맞추어 나가야 한다. 예를들어 막걸리병을 멋진 민속화가 그려진 자기로 만들면 어떨까. 막걸리도 즐기고 병을 수집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일본의 사케 라벨은 알코올도수, 원재료명, 정미비율, 품목, 용량, 제조시기, 제조자의 명칭 및 제조장 소재지, 특정명칭(긴죠, 쥰마이, 혼죠조 등 등급), 원료 쌀의 품종, 생산지, 사용한 효모, 특성(단맛, 드라이한 맛 등의 등급), 권장 음주법 등이 표준화되어 자세히 표기되어 있다. 와인도 포도의 수확연도, 생산지, 생산자, 포도품종 등은 기본적으로 표기가 되어 있고 이 외에도 해당 와인의 맛과 향에 대한 설명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표준화된 라벨은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 특성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여 제품의 다양성을 구체화하고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게 한다.

 

젊은층에게 막걸리는 아직까지는 오래되고 구닥다리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지만 최근에는 도수가 낮고 부드러운 술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막걸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젊은층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품의 다변화와 규격화 그리고 지속 가능한 수요라는 삼박자가 갖추어진다면 막걸리 시장의 전망은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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