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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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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시론| 2011년 5월 12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어느 지역에나 시장은 있다. 지역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지역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자면 세상이 꽤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그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다른 지역이나 중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그 지역 시장에서 거래된다고 하니까 말이다. 이런 복잡한 유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몇몇 지역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강원 원주에서는 새벽시장이 열린다. 원주천 주차장 부지 6,250㎡(1,893평)에 매년 4월 하순부터 12월 상순까지 새벽 4시부터 오전 9시까지 어김없이 새벽에 시장이 열린다. 원주 새벽시장은 이미 1994년부터 열렸다고 하니 올해로 무려 1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원주 중앙시장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을 정비하여 지금의 원주천 둔치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었다고 한다.

 

원주의 새벽시장에서는 주로 지역의 농산물을 지역 소비자에게 직거래한다. 원주의 농업인이 직접 생산한 각종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 인기가 매우 높다. 농업인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전날이나 당일 수확해 팔기 때문에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새벽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농산물은 생산자 실명제와 원산지표시제를 의무화하고 불량 농산물에 대해서는 리콜제를 실시하고 있다. 농업인새벽시장협의회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86%가 새벽시장 농산물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개장 17년째를 맞은 원주 새벽시장에는 2009년 한해의 기록으로 하루 평균 800~1,000명,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2만여명이 찾았으며, 연간 약 7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이 새벽시장을 운영·관리하는 주체는 2009년에 구성된 농업인새벽시장협의회이며, 협의회에는 약 500여명의 지역 농업인들이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주시에서는 농약잔류검사를 실시하고 농업인들에게 포장재 비용의 50%를 보조해 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여 새벽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새벽시장은 생산자의 소득 향상에 기여한다. 우선 유통의 중간 단계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 내 생산·소비의 공급체계를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지역 내에서 작은 순환적 경제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이 지역 내에서 소비되므로 농산물의 원거리 이동에 소요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얼굴 있는” 농산물 소비를 촉진한다. 그래서 로컬푸드(local food)를 이야기하는 경우에도 이 새벽시장의 모델이 자주 언급된다. 넷째, 순환과 공생의 지역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시장 자체가 지역 마케팅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거니와 지역 농업인이 주체가 되어 지역 농산물의 지역 내 소비체계를 구축한 모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제 원주 새벽시장이 다시 열렸다. 이른 새벽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지역의 농산물이 거래되는 멋진 새벽시장 구경을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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