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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법 개정 언제까지 미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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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황의식
  중앙일보 칼럼| 2011년  3월  2일
황 의 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협이 경제사업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지난해 배추파동 등으로 채소 값이 폭등해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배추파동 와중에 농협이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소비자가 안정적인 가격으로 식료품을 사게 하자면 농산물이 효율적으로 유통돼야 한다. 그 중심에 농협이 있다. 최근 기상이변, 중국의 식량소비 증가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했다. 곡물가격 상승으로 식량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럴 땐 농협이 나서야 한다. 일본에서도 농협이 중심이 돼 식품가격을 안정시키고 있다.

 

 농촌을 돌아보면 농협의 역할은 더 절실하다. 구제역, AI로 수많은 가축이 살처분되면서 축산농가들이 생산기반을 잃었다. 축산농가가 살처분 보상을 받았다고 하지만 재생산 기반 상실로 경영위기 상황이다. 위기에 처한 농가를 다시 세우고 방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판매하지 못해 생산비마저 건지지 못하는 농가도 많다. 그만큼 농가의 거래교섭력이 약하다. 그 결과 농가소득이 정체되고 농촌은 피폐해지고 있다.

 

 지금처럼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함께 운영하는 사업구조로는 제대로 된 농협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직원들의 전문성 수준이 낮아서다. 신용사업을 하다 갑자기 농촌현장에 뛰어들어 농산물 판매사업을 담당할 순 없다. 한 조직 안에서 의사결정의 문제도 생긴다. 어느 사업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 두 사업 부문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농협 경제사업이 돈을 벌기보단 농민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기능에 중점을 둬왔다. 그러다 보니 농산물 판매에서 농협이 다른 상인·기업보다 뒤질 수밖에 없다. 배추파동에서 보듯이 전체 배추 생산량 중 농협의 취급 비중이 10%대에 불과할 정도다. 농협이 사업보다 지원에만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젠 보조·지원 방식의 경제사업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사업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가격변동의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경제사업을 전환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경제사업 중심의 농협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이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각각 지주회사로 분리해 독립시키고, 필요한 자본금을 배분하는 것이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이다. 전문화한 농협의 경제사업 조직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농협법 개정이 지지부진하다. 그만큼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이 더 확대되기 전에 농협의 경제사업체제를 강화해 두어야 한다. 사실 지금도 늦었다. 조속한 시일 안에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농협법이 개정돼야 할 것이다.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이해관계자 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농협·농민단체·여야가 모두 자기의 이해에 얽매여 농협법 개정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 조속히 농협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농협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바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길이어서 어려움도 많고 난관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전문화하지 않으면 농협의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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