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한파와 ‘따스한 복지’
2936
기고자 박준기
KREI 논단| 2011년 1월 28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고기온이 영하에 머무르는 매서운 한파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강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지역의 고급 아파트 단지도 수도관이 얼거나 동파로 단수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계속된 난방으로 전기사용량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절약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고령인구가 많고, 독거노인 비중이 높은 농촌지역은 이번 한파로 도시지역과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한파로 농촌지역의 일부 고령노인들은 수도관이 얼어 취사가 어렵고, 연료비 부담으로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 생(生)과 사(死)를 가를 수도 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농촌지역 한 노인이 한파로 동사(凍死)했다는 가슴 아픈 뉴스를 접했다. 내용인즉, 중풍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생활하는 할머니가 마당에 빨래를 널러 나갔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동사했다는 보도였다. 사망한 지 이틀 정도 지나서 발견된 것 같다는 마을 주민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추운 날씨 탓에 마을 주민들이 외출을 삼가다 보니 이웃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것이 이번 강추위를 겪고 있는 농촌의 모습이다.

 

정부는 농촌지역 고령자를 위한 노령연금 지원, 의료보험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파로 농촌의 고령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면서, 단지 통장에 얼마를 입금해 주는 식의 ‘건조한 복지’로부터 고령노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따스한 복지’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논의가 활발한데, 급식 지원이 당장 급한 곳은 이번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역의 고령농가가 아닌가 싶다. 수도관이 얼어서 취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찬물로 취사해야 하는 고령농가에 주 1~2회 정도 부식을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어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강추위는 고령노인의 건강 유지에 치명적이다. 일정 연령 이상 고령노인의 움직임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행정기관과 의료기관을 연계함으로써 비상시 경고를 줄 수 있는 경보시스템을 마련하여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지역에 설치되어 있는 방범용 CCTV 방식을 원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혹한기에는 고령노인들의 공동생활이 가능하도록 마을공동시설의 취사 등 편의시설에 대한 점검과 보완도 필요하다. 추울수록 마을 주민들의 왕래가 줄어 이웃 주민의 안부를 확인하고,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처럼 추위가 심한 시기에는 공동생활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소요 경비의 적극적인 지원도 수반되어야 한다.

 

복지 수준의 판단기준은 금전적 지원의 규모가 아니라 복지 수혜자의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켰느냐 라는 것은 복지 분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농촌의 고령노인들은 농지를 얼마나 갖고 있건, 은행 잔고가 얼마이건, 이번 한파로 인해 피부로부터 느껴지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겪고 있다. 심한 경우 생사의 위험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한파-매서운 추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따스한 온기이다. 정책이라고 항상 건조하란 법은 없다. 특히 복지정책은 원칙도 중요하지만 지원받는 사람의 마음과 몸을 따스하게 해야 한다. 지원받는 자의 실질적 삶의 질을 높여 주는 복지정책이 되어야 한다.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추위 때문에 고령노인들은 젊은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두려움을 갖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번 한파로 농촌지역 고령노인들이 느끼고 있을, 몸의 추위와 마음의 두려움을 녹여낼 ‘따스한 복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도 겨울은 항상 추울 것이고, 올해와 같은 한파도 분명 다시 찾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