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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수경매시스템 도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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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석현덕
농민신문 기고| 2011년  1월 7일
 석 현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즘 아파트 조경에 수십억원 상당의 고목이 식재됐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난다. 몇년 전만 해도 놀랄 만한 이야기지만 이제는 당연한 이야기로 들릴 정도다. 조경산업이 뜨면서 조경수 재배도 주목 받고 있다. 판로가 다소 걱정되지만 조경수 생산은 수익성이 높은 업종으로 각광 받기 시작했고,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대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 주위에 조경수가 많이 재배되고 조경수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급팽창하는 조경수산업을 보면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대규모 택지개발 기회가 점차 줄고 조경수 식재가 늘고 있어서다. 식재 가능지역이 점차 사라지면 언젠가 조경수 전체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심다가는 판매가 가능할지 걱정이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10여년간 조경수 수요가 급감하며 낭패를 겪고 있다. 또 다른 걱정은 품종별로 수급조절이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인기가 있어 식재하지만 수년 후 판매시점에서 수요가 급감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조경수 재배는 로또와 비유될 정도로 위험성과 의외성이 있다. 소나무 가운데 ‘반송’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반송은 수년 전 인기가 높아 재배가 급증했으나, 비싼 가격 탓에 대체 품종이 늘며 소비가 급감해 반송 재배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대책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역시 유통문제로 귀결되는데, 유통문제가 해결되면 농가가 수급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사업량과 품종 공급 조절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조경수 유통구조는 소규모 재배자들에게는 불리하게 돼 있다. 대규모 생산자는 조경 시공업자와 연결돼 가격 보장이나 판매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수 있지만, 소규모 재배 농가는 소위 ‘나까마’로 불리는 묘목 수집상을 통해 판매하는 구조라서 판매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산물 경매시설과 유사한 조경수 경매장을 광역단위로 건설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일본은 조경수 경매장을 여러 지역에 개설해 유통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조경수 특성상 경매장에 모두 옮기기는 힘들지만 경매결과를 통해 소비자의 선호도와 수급 정보가 어느 정도 생산자에게 제공된다.

 

더불어 일부 농협이 조경수 위탁판매시스템을 시행해 다소 불안정한 조경수 경매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

 

조경수의 생산과 소비형태가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좀더 앞서가자면 온라인을 통한 경매시스템의 도입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조경 공사용 나무들은 많게는 수백그루가 한꺼번에 유통되므로 오프라인경매보다는 온라인경매가 효율적일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조경수 유통 사이트가 개인적으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참여자가 제한적인 것을 감안할 때 공인된 조경수 경매장에서 경매사이트를 운영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조경수 경매시스템과 시설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다. 특히 운송비용이 크고 수백그루씩 판매하는 특성상 운영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조경수 시장정보가 지금처럼 제한적이라면 소규모 재배 농가의 염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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