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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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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고곡가 시대의 대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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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명환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0년 12월호
성 명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에 두 번의 세계적인 곡물파동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연이은 곡물가격 급등의 공통점은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밀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다른 곡물가격을 연쇄적으로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점이다. 2007년 하반기 곡물가격의 폭등은 호주의 가뭄에 의해, 2010년 7월부터 시작된 곡물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가뭄과 폭염으로 발단이 되었으며 현재 다른 곡물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국제 곡물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들

곡물가격의 급등은 생산국의 자연재해로 인한 작황 부진, 세계적인 식량수요의 증가,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의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 가뭄 등 이상기후로 곡물의 수급 불균형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곡물가격의 갑작스런 급등 현상이 빈번히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의 확대는 식량이나 사료용 수요와의 경합이 되어 국제 곡물시장을 더욱 불안케 하는 요인이 되었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인 미국의 바이오연료용 옥수수 소비량이 2002년 2,500만 톤에서 2008년에는 9,400만 톤으로 약 3.4배 늘어났다. 2011년에도 미국의 연료용 옥수수 소비량이 1억 2,200만 톤으로 늘어나 미국 옥수수 전체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연료용 옥수수 소비량이 세계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15%에 해당되며,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옥수수 수출량 9,300만 톤보다 약 2,900만 톤이나 많은 막대한 양이다. 앞으로 이러한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의 증가는 국제 곡물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 세계적인 도시화, 산업화 등으로 농경지 면적이 감소되고 있어 곡물 생산 증대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기상재해가 아니더라도 농업용수의 부족, 비료나 에너지 등 생산자원이 지속적으로 고갈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 등 지구환경이 더욱 악화되어 곡물 생산을 확대하는 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동과 변화가 반복될 때 세계 곡물수급 여건은 더욱 취약해진다. 이는 기상이변이 단순히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식량위기를 초래하는 당면 현안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애그플레이션에 대비하려면

곡물은 약간의 생산량이나 소비량 변화에도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특성이 있다. 곡물의 파종시기가 비슷한 품목은 생산측면에서 경합관계를 가지며, 소비측면에서는 가격 조건에 따라 서로 대체되기도 한다. 곡물 간 이러한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정 곡물의 재고가 감소하거나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변화가 심해지면 다른 곡물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제 곡물가격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유지하였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 곡물가격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 세계경제, 유가, 달러가치 등 외적인 요인들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국제 곡물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현재와 같은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식품 등 일반물가를 상승시키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될 것이다. 향후 고곡가 시대를 대비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내외로부터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식료품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안정적 공급을 통한 가격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한 국가의 식량확보는 자급자족이 가장 바람직하나 자급이 어려울 경우 수입이나 해외협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대외의존형 식량공급은 세계적인 식량수급 여건이 양호할 경우에만 가능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의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최대로 국내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대책 세워야

현재 우리나라 경지면적 174만 ha를 곡물생산에만 모두 사용하더라도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양을 충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토지자원을 외연적으로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내연적 확대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곡물생산이 가능토록 관개시설 등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며, 다수확 곡물종자 개발 등 연구개발 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수입국인 동시에 대규모 가상수(Virtual water)를 수입하는 국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유엔은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하였고, 한국의 물 현황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물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이 가뭄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국내 곡물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농업용으로 적합한 물과 적정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곡물공급은 해외 여건에 달려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곡물 수급, 거래, 가격, 기상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각국의 전문가, 전문기관,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정보원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제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곡물시장에서 영향이 커지고 있는 투자업계와 곡물메이저들의 움직임과 이들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내년 초 세계 기후변화가 2011년 국제 곡물수급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지속적인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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