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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가격, 산지수집상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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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내일신문 기고 | 2010년 10월 9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배추 무 오이 양배추 등 소비자 밥상과 식당의 부식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이례적인 고온다습과 태풍, 폭우로 인해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급감해서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지만 채소유통방식 때문에 시장 수급과 가격이 불안정하게 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배추 무 양배추 대파와 같은 채소는 부패도 심하고 가격변동이 심해 유통량의 70~90%가 산지수집상에 의해 ‘밭떼기’ 방식으로 거래되어 도매시장에 출하된다. 특히 여름배추인 고랭지배추는 부패도 빠르고 저온저장도 쉽지 않아 수확기에 일시적으로 많은 인력으로 한반중과 새벽에 수확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홍수출하되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심한 편이다.

새벽 수확작업 때 수확하는 인력 중 50~60%가 불법체류 외국인이고 국내에서는 수확인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현실에서 고랭지배추의 미래는 점점 더 암담하기만 하다.

사실 대부분의 농가는 가격변동이 심한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배추를 수확하기 전 밭에 심어둔 채로 산지수집상에게 밭떼기로 판매해 가격변동의 위험을 상인들에게 전가한다. 농가가 수확 때까지 재배관리를 하고 인력을 구해 수확하고 판매한다면 가격변동 위험이나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병충해나 폭우, 한발 피해와 같은 위험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산지수집상이 위험부담 떠맡아

농가들은 이런 위험들을 싫어하기 때문에 위험을 가급적 빨리 상인들에게 떠넘기는 속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산지수집상들은 농민들을 대신해 위험을 감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밭떼기로 배추를 미리 사들인 상인들은 수확 때까지 비료도 주고 농약을 쳐서 재배를 하고 수확 후 판매가격이 오를 경우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이윤으로 얻게 된다. 반대로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고스란히 손실을 입는다.

이런 과정에서 간혹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할 때 농가나 산지수집상들이 서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이번 경우처럼 가격이 폭등할 때는 수집상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 정부와 농협은 그동안 무엇을 했기에 배추와 같이 중요한 품목을 밭떼기거래에 밭기고 역할을 하지 못했는가.

영리를 추구하는 산지수집상들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농협은 영리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재배를 통한 가격변동위험을 떠안지 않으려 하고 많은 인력을 동원해 수확하는 어려움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

물론 정부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채소 수급안정사업을 추진해 농협에 계약재배자금을 빌려주고 계약재배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계약재배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농협에서 감당하게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잘 안되는 것이다.

계약재배를 늘려 기본적으로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가격변동 위험을 농협에서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채소 수급안정기금이나 농안기금의 운용방식을 보완해 계약재배로 인한 손실을 과감히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저온시스템 갖춘 화물차 이용을

또한 현재 배추유통은 수확과 동시에 화물차로 소비지 도매시장으로 가게 돼 홍수출하를 피할 수 없고 이로 인한 가격의 폭등락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산지와 소비지에 저온저장고나 물류시설을 충분히 만들어 출하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은 채소유통에 반드시 저온시스템을 갖춘 화물차를 이용하고 있느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반화물차로 유통하는 전근대적 유통을 하고 있는데, 이점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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