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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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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이시(棗栗梨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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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석현덕
농민신문 기고| 2010년  9월 27일
 석 현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과일을 차례상에 차리는 법으로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등이 있다. 홍동백서는 동쪽에 붉은 과일, 서쪽에 흰 과일을 놓는다는 의미이고,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 등의 배열순서를 말한다. 대추는 씨가 하나라 임금을 뜻하니 처음에 놓고, 밤은 한송이에 3개가 들어 있어 3정승을 뜻하니 두번째 놓고, 배와 사과는 씨가 6개라 6조판서(判書)를 뜻하니 세네번째 놓고, 감은 씨가 8개라 8도 관찰사(觀察使)를 뜻하니 다섯번째 놓으라는 것이다. 이중 밤, 대추, 감이 임산물이니 임산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으로 일부 농산물이 외국산과 경쟁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밤, 대추, 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경쟁적인 지역브랜드화, 새로운 상품개발과 수요 확대, 지자체의 열정적인 의지 등이 가미되면서 밤, 대추, 감에 대한 재배면적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게 증가하고 있다.

 

주요 임산물의 경지면적이 증가하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머지않은 장래가 큰 걱정이다. 즉 수요 확대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데 가능성이 보인다고 너무 경쟁적으로 식재함에 따른 공급과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밤은 이미 주 수출시장인 일본시장이 위축됐고 중국을 거쳐 수출하는 지금의 체계에서는 수출 증가에 한계가 있다. 내수시장도 밤의 성격상 중간재로서의 활용이 커지지 않는 이상 수요가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추는 생대추로서의 새로운 시장 수요가 창출되고 있지만 이미 너무 많이 심었다. 감은 반건시의 폭발적인 수요 창출로 수요가 크게 증가했지만 재배면적도 덩달아 급증해 추가적인 수요 증가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은 재배면적을 더 이상 늘리지 말아야 한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여타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의욕적으로 추가 식재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는 공급과잉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본인들에게 날아올 것이다.

 

또 적극적인 수출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밤은 세계 최고의 맛을 가진 우리 밤으로 가공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출 형태인 피밤이나 깐밤 형태로는 부가가치도 낮고 시기적으로 제한돼 있어 크림, 퓌레, 스프레드 등 식품의 중간재로 쓰이는 다양한 가공품으로 수출돼야 한다. 감도 밤과 비슷한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빵과 디저트를 먹는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식품소비가 많아 고부가가치로 수출이 가능하다.

 

새로운 수요 창출도 요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건시다. 반건시는 이제 건시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져 곶감 전체 소비를 몇배 늘린 성공 사례다. 비슷한 예로 기대되는 것이 생대추의 소비확대이다. 생대추는 저장성이 낮아 유통기간이 짧은 문제점이 있지만, 당도가 높고 맛도 좋아 과실의 크기를 키운다면 소비확대가 크게 기대된다. 획기적인 저장기술 개발과 함께 출하시기가 다른 품종의 개발, 반건시처럼 약간 건조시킨 대추의 상품화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밤, 대추, 감 모두 지금까지 좋았지만 중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몇년 전에 겪었던 대추 과잉공급의 기억이 되살아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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