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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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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관측과 농업인의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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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호근
KREI 논단| 2010년 9월 2일
정 호 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과일, 과채를 포함한 농축산물에 대해 매달 정식면적, 출하시기, 생산량, 가격 등을 전망하여 월보를 발행하고 있다. 어떤 전망이든 그렇겠지만 농업관측월보도 파악 가능한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차가 있기 마련이고 다만 이를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높은 가격을 받고자 하는 과일 농가에게 출하시기 결정은 중요한 사안이고 관측월보는 이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농산물이 다 그렇겠지만 과일도 통상적으로 남들보다 조기에 출하를 시작할수록 높은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에 일부 농가들은 조기출하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고정비용, 변동비용을 포함한 생산비 부담이 추가적으로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측팀장으로서 과일 주산지 출장을 다녀오면서 과실별로 다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제주도에서는 하우스 온주의 극조기, 조기 출하가 줄고 있다. 유류비 상승에 따라 난방비 부담이 적은 후기, 무가온 출하쪽으로 많이 전환되고 있다. 전북 남원에서는 8농가들이 출하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하우스에 330m2당 2,000만 원의 시설투자를 하고 기름난방으로 복숭아를 재배하였다. 올봄에는 330m2당 150만 원가량의 난방비가 들어갔지만 남들보다 한발 앞서 5월 말에 일천백도 등을 출하하여 3.2ha면적에서 조수입 8억2,000천만 원을 거두어 들였다. 대전의 델라웨어 포도농가는 5월 말의 조기출하를 위해 난방을 하였다. 작년 12월 말부터 5월까지 3,000m2를 가온하는데 1,600만원이 들었다. 곡성의 한 딸기농가는 새로 비닐하우스를 짓고 있는데 통상 500∼600만 원이 드는 660m2 하우스 한 동을 짓기 위해 3중 뼈대를 설치하여 파이프골격 공사비만  3,000만 원이 들었다.


 


이러한 초기투자, 생산비 추가 투여의 결정은 크게 보면 농가의 입지와 생산자의 경영방식이 공격적이냐 보수적이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정확한 시장전망을 필요로 한다. 극조기 출하를 줄이는 하우스 온주농가의 결정은 하우스온주 시장이 추가비용에 비해 기대수익이 못 미치는 포화상태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반면에 하우스 복숭아, 포도는 시기적으로 출하 가능한 지역도 제한적이고, 조기출하 물량이 구매력이 있는 소비규모에 비해 적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딸기는 시설투자를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출하도 더 앞당기려고 하는 경우이다.


 


생산과 소비에 대한 전망은 투자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이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제때에 생산해도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거나 이를 판매할 곳이 없다면 들인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투자비 부담으로 경영압박과 더불어 심한 경우 채무상환 불능, 농업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와 관련한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새로운 방식을 남들보다 앞서 시도한다는 면에서 선도농으로 볼 수 있다. 선도농들은 대부분 젊고 의욕이 넘치는 농가들로서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을 짊어지고 나아갈 역군들이다.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하고, 여기에 농업관측센터의 역할이 있다.


 


농업전망에 대한 정보수요도 다양화,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다. 생산, 기후, 수요에 대한 관측이 정확하게 이뤄지고 정보가 제공되어야 생산자의 투자, 출하시기 등에 관한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관측센터의 보다 큰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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