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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지도 어려운데...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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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우병준
KREI 논단| 2010년 8월 26일
우 병 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근래 들어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 각종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복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정부 당국도 관련 법률의 개정 등을 통해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논의는 현재까지는 반려동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험동물과 농장동물의 경우 아직까지 동물복지 개념이 적극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장동물의 경우 대부분 인간을 위해 도축장에서 도살되기 위해 사육된다. 즉, 내 한 끼 식사를 위해 키워지는 동물에게 복지 적용 운운하는 것에 대해 우리들은 약간은 혼란스럽거나 불편한(혹은 낯간지러운?) 느낌을 가진다. 거기에 더해서 인간의 복지수준도 향상시키기 어려운데 동물의 복지까지 신경 쓰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복지 상태를 동물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동등하게 대우해야한다는 것이 동물복지의 목적이 아니기에 인간복지 수준에 빗대어 동물복지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동물복지란 무엇인가?

현재의 축산업은 이른바 ‘공장식 축산업’ 또는 ‘집약식 축산업’으로 정의된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가공품을 생산하듯이 대형화ㆍ기계화된 시스템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가축을 밀집사육 하고, 질병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며, 빨리 살찌워서 사육기간을 줄이기 위해 집중비육 한다. 가축이 차량으로 운송되는 동안에는 비좁은 공간 안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동한다. 도축장에 가서는 비좁은 계류장에서 도축되기를 기다리다 막대기에 찔리면서 죽음을 향해 행진한다.  

 

동물복지란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데 있어 동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책임의 관점에서 동물에게 필요한 기초적인 조건을 보장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이익을 위한 동물 이용을 철저하게 반대하는 ‘동물권리 운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 동물운동단체들이 주장하는 농장동물 복지의 조건으로서의 “5대 자유”는 갈증과 배고픔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상처 및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이다. 즉, 인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용되는 동물들의 삶에 최소한의 편의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복지형 축산이 정착되어있지 않다. 대신 일부 축산 농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유기축산 또는 무항생제축산 등이 동물복지형 축산에 일정 수준 접근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물복지형 축산업의 완전한 정착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사육단계에서의 동물복지 관리로만 끝나지 않고 운송과 도축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동물복지를 적용해야하기 때문이다.    

 

농장동물복지 확대는 어디서부터?

농장동물복지의 확대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일반인들의 의식 확산이 전제되어야한다. 동물복지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는 동물복지의 실현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이해증진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 또한 소비제품으로서의 동물복지형 축산물의 보급 확산은 소비자의 동물복지에 대한 이해 확산과 함께 적정한 시장가격의 형성으로 실현되어야한다. 아무리 소비자층이 확대되어도 소비자가 요구하고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제품가격이 시장에 제시될 경우 동물복지형 축산물은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적극적인 동물복지 개념의 소비자 홍보와 교육이 선행되고, 소비자가 지불가능한 수준에서 동물복지형 축산물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어야한다. 그러나 동물복지형 축산물 생산을 위해서는 생산 - 도축 - 가공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을 투하해야하며 이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생산농가에게 일정 수준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결국 현실적으로 도축과정 등을 거치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부 축종에서부터 농장동물복지 도입을 점진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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