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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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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메이저에 식량안보 맡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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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내일신문 기고 | 2010년 8월 19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지난 5일 러시아가 50여년 만에 엄습한 최악의 가뭄으로 주요 곡물 수출을 연말까지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은 30년 만에 찾아온 폭염과 가뭄으로전체 곡물 생산이 급격히 줄어 사료곡물,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를 조짐이다.

2년 전 국제 곡물 재고 부족으로 전 세계 식량과 식품시장을 강타한 애그플레이션이 재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제곡물의 수급 불안과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은 전 세계 곡물 전문가들이 이미 2년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최근 세계적인 가뭄 등 이상기후에 의한 곡물생산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이 불안정한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적인 수급불안정 때문이다.

 

곡물 수요가 공급 앞질러, 재고율 지속 하락

2008년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이후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수요의 구조적 변화이다.

과거에는 곡물 수요가 식용과 가축사료용으로 양분됐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구온난화가 부각되면서 자동차에 사용되는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가 2000년대에 급격히 증가했다. 즉 연료용 수요가 추가되면서 식용·사료용 양대 경쟁구조가 3각 경쟁구조로 전환됐다.

식용소비도 크게 느는 추세다. 중국 인도 등 인구 거대국이자 신흥공업국들의 식용 곡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신흥국들의 육류소비가 늘어나면서 사료용 곡물 소비도 크게 늘었다. 돼지고기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육류소비가 크게 늘고, 인도에서 닭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곡물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재고율이 급속히 하락, 2000년대 초반 30%대에서 2년 전에 15%까지 떨어지게 됐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연간 소비하고 여유로 남는 재고량이 2개월분도 채안되는 수준으로, 세계적인 국지전쟁이나 기상이변으로 어느 한 지역에 식량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할 여력이 아주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 후 재고율이 늘어 현재 21%로 2.5개월 여유분까지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소비가 늘어나도 생산이 받쳐주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1985년이후 생산증가율이 소비증가율을 따라오지 못하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호주, 남미, 중국, 구러시아연방과 같은 주요생산지역에서 기상이변으로 생산이 줄면 전 세계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미 1973년 식량파동 때 표면화되고 2년 전의 곡물파동 때도 보이지 않게 가격급등의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카길, 붕게 등 국제곡물메이저들의 곡물시장 장악이다. 실은 석유, 철광석,곡물, 종자 등 인류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자원이 초국가적 메이저들, 일부 자원부국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2년 전에도 곡물뿐 아니라 석유, 철광석, 비철금속 가격이 동반 급등한 바 있다. 최근 국제정세도 주요 자원 가격의 동반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가격급등의 중심에 국제 곡물메이저들 있어

식량안보는 국방안보만큼 중요하다. 영국은 식량·식품안보를 국가 의제화해 총리가 직접 관리하는‘국가식품시스템’으로 격상시켰고, 일본은 유사시 식량안보대책을 추진할 정도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6.7%로 OECD 30개국 중 최저이며 연간 1400만톤을 수입하는 세계 5위 수입국으로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4개국 수입의존도가 84%로 집중되어 있고 곡물메이저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곡물시장에서 거래교섭력이 취약하다.

남아도는 쌀에 대한 효과적인 처리방안 모색도 중요하지만 식품의 주원료이며 사료곡물인 밀, 콩, 옥수수의 안정적 확보방안이 시급하다. 이제는우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곡물 조달체계와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곡물메이저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식품시스템을 구축해 유사시 식량확보대책 등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식품안보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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