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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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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과 국제 곡물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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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성명환
KREI 논단| 2010년 8월 19일
성 명 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러시아의 가뭄으로 세계 밀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세계적인 곡물파동의 재연, 애그플레이션의 발생 염려 등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서 ‘양치기 소년과 늑대’라는 이솝우화가 떠올랐다. 정말 늑대가 나타나서 외쳤는데도 그간의 거짓말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더라는 이야기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에 대한 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앞서 국제 밀가격 급등에 대한 원인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세계 밀 생산량과 공급량이 전년보다 감소하고 재고량도 줄어들어 2010/11년도 밀 수급여건이 다소 어려워질 전망이다. 재고율도 26%로 국제가격이 급등했던 2007/08년도 재고율 20%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와 같이 국제 밀 수급 여건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어 국제가격은 연일 상승하였다. 이는 지역적인 곡물 수급 불안정 요인과 더불어 무역, 금융시장 등 외적 요인의 국제화로 가격의 변동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밀 선물가격은 7월 1일 톤당 184달러에서 8월 5일 289달러로 약 60% 급등하였다가 8월 13일 266달러로 하락한 상태이다. 8월 6일 밀가격은 톤당 290달러에서 시작하여 장중에 309달러까지 상승했다가 267달러로 마감하였다. 하루 동안에 최고가격과 최저가격간의 차이가 톤당 42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전일가격 289달러의 15%에 이르는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시키고 선물시장에서 정한 1일 최대 가격 변동폭은 부셀당 60센트(톤당 약 22달러)이다. 밀가격이 8월 5일에는 최대 변동폭만큼 상승하였다가 8월 6일에는 그 변동폭만큼 하락하는 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국제 밀가격의 상승은 러시아 및 그 주변국의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러시아의 밀 수출금지 조치에 기인하였다. 2009년 중반 이후 국제 밀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바닥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여기에 러시아, 유럽의 밀 생산량 감소 전망 등으로 7월부터 밀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미국 달러가 대규모로 제공됨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금 유동성이 증가되었다. 다른 원자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곡물가격이 저평가되었고 풍부한 글로벌 투자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이 결과적으로 국제 밀가격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8월 5일 이후 밀가격의 급등세는 어느 정도 진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2008년과 같은 심각한 곡물파동이 재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밀가격에 이어 옥수수 가격도 상승하였지만 곡물가격의 급등에 따른 애그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환율, 운송비 등을 고려할 때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을 포함한 국제 곡물가격은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수급 여건과 가격 불안 요인은 2010년보다는 2011년에 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2010년 하반기 남미 및 호주 등 주요 곡물 생산국들의 작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곡물가격의 상승은 향후에 심각한 곡물파동이 올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많은 미진이 발생되듯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른 시각에서 양치기 소년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마을사람들은 늑대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늑대의 출현에 대비해 그 어떤 대비책도 세우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 늑대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 곡물 재고율이 21% 수준으로 최소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적인 수급 불균형에 의해 가격이 급등하였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 간 곡물 수급 불균형과 가격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안정적으로 충분한 곡물을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먼저 곡물수입유통체계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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