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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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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직불제 평가에서 얻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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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호근
KREI 논단| 2010년 6월 17일
정 호 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유럽연합(EU)은 2013년 뒤 공동농업정책(CAP)이 어떻게 바뀌어야하는 가에 대해 지자체, 개별 국가, 유럽연합 차원에서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 예산규모와 배분, 제도 간 통합, 회원국의 제도시행 자율성 등이 그 논의의 근간이다. 공동농업정책은 농업·시장과 농촌개발이라는 두 개의 축(Pillar)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직불제가 상이한 이행조건(Cross Compliance)을 내걸고 시행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일어나는 고령화, 인구감소, 취업기회 부족, 경관과 생물적 다양성 상실과 같은 부정적인 변화를 우려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회원국은 농촌개발정책(Pillar2)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한 직불제를 강화해 왔다.

 

EU 이사회가 발주한 두 건의 농촌개발정책 평가연구(‘농촌개발도구 리뷰’,  ‘농촌개발영향분석’)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두 연구 모두 '농촌발전을 위한 유럽농업자금(EAFRD)' 집행에 대한 분석내용이 들어 있다. 첫 번째 연구는 EU27의 2000-2013년 농촌개발프로그램 지출 자료 분석을 통해 경제, 사회, 환경부문 농촌개발의 필요지수(indicator of need)를 고안하고, 자금 집행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2010년 10월까지 마무리하기로 되어있는 두 번째 연구는 20개의 사례연구를 수평수직 정책협력, 리더프로그램의 가능성과 문제, 한계농촌지역의 지속가능성, 환경부분 전달과정, 정책 목적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실시하였다.

 

직불제사업 집행과 관련한 주요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익숙한 것만 계속하려 하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집행 수월정도와 제도 친밀도가 제도선택과 예산배분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일부 회원국 시행청은 계획된 시간 내 직불금 전달능력 등을 이유로 간단한 제도를 선택하기도 하였다.

 

전달 과정(담당 기관, 담당자 수, 제도적용의 지리적 범위, 직불금 전달절차)이 제도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정교하고 조건이 강화된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농가(수혜자)와 전달기관에 대한 교육, 자문을 통한 능력제고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결론의 하나이다.

 

정책목표의 효율적인 달성을 위해서는 다른 사업과의 협력강화가 요구된다. 축1 직불이나 시장정책(예를 들어 와인지역 구조조정 지원, 삶의 질 향상 위한 Article 68/9 지원)이 농촌개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들과 축2 예산(EAFRD) 사업의 협력관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평가이다. 농촌개발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제도별로 상이한 타임프레임을 조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원래 힘든 데다가 윗선에서 현장에 내려오는 다른 사업의 예산집행이나 절차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현장의 제도시행 어려움은 가중된다는 분석이다.

 

현 평가제도에 대한 현장담당자들의 의견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유럽연합은 공동모니터링평가제(EU Common Monitoring and Evaluation Framework)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또 하나의 규제, 번거로운 절차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직불제 개편과 관련하여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 이행조건을 가진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위 연구결과들은 우리나라의 정책담당자, 농업인, 연구자에게 우리나라가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과 공익형직불제를 시행할 준비는 되어있는지 또는 얼마나 정교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지 자문할 기회이다.

 

끝으로 직불제 연구를 위해 2009년에 만난 영국 경관환경청(Natural England)의 한 고위공무원이 한말을 인용해본다. “농가단위 직불제나 공익형직불제를 새로이 도입한다면 최대한 간단하게 하십시오. 일단 시작하면 바꾸기가 어려우니까요. 이론적으로야 이것도 더하고, 저것도 더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현장공무원, 농가의 수용능력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만 우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국은 직불청과 경관환경청에서 각각 엄청난 규모의 농가 DB를 구축하고, 수천 명이 넘는 인원이 직불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이런 영국에서도 시작 초기에 농가별 직불금 수급권 단가 산정이 절반가량 틀렸고, 매년 이를 수정하느라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은 2014년까지 독일, 핀란드와 함께 현재의 농가 개별단가 산정방식을 단일 단가방식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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