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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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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상 공조그룹에 적극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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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호근
KREI 논단| 2010년 6월 3일
정 호 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농업위원회에는 실무작업반으로 시장정책작업반, 농업무역합동작업반, 환경작업반이 있고 위원회와 작업반 별로 일 년에 2번의 회의가 개최된다. 2008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네 번째 참석이지만 매번 회의에 다녀 올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

 

지난 5월 21일에 파리에서 열린  OECD  농업무역 합동작업반 회의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졌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것은 ‘비무역조치’에 대한 논의였다. 일찍이 OECD는 2006년에 집계된 품목별(HS 6단위) 비무역조치(NTM) 통보숫자와 무역량, 단일직불 위원회에서의 이의제기 건수 등을 고려하여 777개 통보사항을 6개의 클러스터로 분류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위생 및 검역조치(WTO/SPS)는 클러스터 3에 속하는 내용으로 빈번한 비무역조치의 하나이고 그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이의가 적게 제기되어 왔다. 왜냐하면 부패가능성이 높고 위험한 미생물 감염우려에 대한 수입지역과 소비자에 대한 보호조치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EU,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보호, 식품안전성, 생물학적다양성 유지 등을 이유로 검역, 원산지 표시 등의 정책을 통해 자국 생산자, 소비자, 농산업 보호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비무역조치는 그 분류나 이에 대한 정의 등에서 기존의 무역조치보다 애매하고 그 영향 정도도 측정하기가 어렵다.

 

정책 원칙으로 투명성과 시장왜곡 최소화 등을 줄기차게 주장해 오고 있는 OECD 사무국은 이번 작업반 회의를 통해 기존에 시행된 비무역조치와 관련하여 새우, 생우유 치즈의 항생제 사용, 절화의 외래 병해충 유입 등의 연구에 미국의 원산지표시제도(COOL)와 유럽의 이력추적제(Transparency standard) 사례연구를 더하고자 하였다. 원산지표시제도와 관련해서는 우루과이의 쇠고기수출이 이력추적제와 관련해서는 베트남의 상어메기 수출을 다루었다.

 

베트남의 상어메기 수출은 연구시행이 승인되었지만 우루과이 쇠고기 수출은 COOL제도가 2009년부터 시행됨에 따른 자료 축적 부족, 원산지표시제도 관련 자료 수집의 어려움, 우루과이 대미 시장점유율 미미, 멕시코와 브라질의 COOL에 대한 제네바 제소 등의 이유로 연구의 연기 또는 취소가 회원국별로 요구되었다.

 

독일은 연구를 위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연구진행이 힘들 것임을 언급하고, 캐나다는 생우유치즈 분석사례처럼 데이터 확보 가능여부와 데이터의 신뢰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경우도 레이블링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만 지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미국은 최소한의 발언만 하면서 회의를 신중하게 이끌었다. 반면에 EU, 프랑스, 멕시코, 브라질은 COOL 제도가 유럽에서 이슈가 되고 있으며 특히 무역왜곡 가능성이 논쟁 중이라며 이 연구에 대한 깊은 관심과 기대를 표명했다.

 

여기서 나는 국제회의에서의 줄서기, 편가름을 엿볼 수 있었다. 당사자인 미국은 가만히 있고 이를 다른 회원국에서 도와주는 공조시스템도 엿볼 수 있었다. 결국 이 연구는 약간의 추가 심의과정을 거쳐 연기 또는 취소될 전망이다.

 

과연 우리는 어디에 자리매김 해야 하고 전략적 포지션은 어디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왔다. 아울러 국제회의는 학문적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자국의 실익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 발언내용과 수위가 정해진다는 것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반성이 밀려왔다. 때때로 의제 검토의견서를 파리행 비행기 안에서 읽고 발언내용을 정하기도 하는 나에게 옆에 앉아있는 캐나다 대표의 “우리는 본국에서 지시한 발언내용만 위주로 말합니다.”라는 말과 그 이외의 회의 시 발생한 부분에 대해 실시간 이메일 교환이 가능한 블랙베리 등을 이용하여 그때그때 본국의 지시를 받는 모습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 현장에서 정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사전에 정해져서 톱니바퀴처럼 물려 자연스럽게 돌아간다는 느낌이다.

 

한국도 혼자는 아니어서 수입국공조모임이라는 것을 통해 때때로 일본, EU, 스위스, 노르웨이 등과 회의 기간 중에 모임을 갖는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 회원국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조그룹 내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를 확실히 잡고 한국의 이익을 반영한 중심 있는 발언을 해나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의제 검토자와 회의 참석자가 그때그때마다 바뀌지 않고 연속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료의 일관성, 공조그룹과의 협조관계 등이 구축될 것이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다른 공조모임까지 설득력 있게 전파되어 나갈 때 아울러 우리의 회의발언도 그 무게와 비중이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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