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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현실적인 지역발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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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민신문 시론| 2010년  5월  3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제 곧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후보들은 저마다 야심찬 지역발전 전략을 제시할 것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유용한지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과거의 역사를 돌아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 발전을 선도했던 전략은 대단히 혁신적이고 거창한 발명보다는, 지금의 한계를 아주 조금 개선하거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하는 데 약간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를 한 전쟁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264년부터 기원전 146년 사이에 로마와 카르타고가 벌인 세차례의 전쟁이 있었는데 이를 우리는 포에니 전쟁이라 부른다. 특히 제1차 포에니 전쟁에는 크게 세번의 대 해전이 있었는데, 밀레곶에서의 첫번째 해전과 기원전 256년에 치른 시칠리아섬 남쪽의 해전, 그리고 기원전 241년의 아이가테스제도 해전이다. 이 외에도 자잘한 전투들이 많았고, 로마가 패배 직전까지 몰린 경우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로마군은 엄청난 승리를 거두었다. 카르타고는 로마에 항복하고 시칠리아 섬을 넘겼으며,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기원전 238년에는 사르데냐 섬과 코르시카 섬도 빼앗겼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당시 전 세계를 호령하던 로마는 육군국으로 해전의 경험이 단 한번도 없는 나라였다는 것이다. 반면 카르타고는 해군국으로 서지중해의 챔피언이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로마는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장군이 해군 지휘를 맡았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로마가 카르타고와의 해전에서 대대적인 승리를 거두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 후대의 역사학자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한다. 첫번째는 당시로선 시대에 뒤떨어진 3단 노선을 쓰던 로마가 바다에 떠밀려 온 카르타고의 5단 노선을 우연히 얻었는데, 이를 간과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60일 만에 ‘로마의 함대’로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 한척만으로 로마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고, 두번째 요인이 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두번째는 소위 까마귀라는 이름의 다리를 내릴 수 있도록 카르타고의 배에 던졌던 ‘쇠갈고리’의 개발이다. 쇠갈고리를 던져 카르타고의 함선을 끌어당긴 후, 다리를 내린 다음 그 다리를 건너서 적의 함대를 공격하는 전략을 고안해 냈던 것이다. 즉, 쇠갈고리를 통해 로마에게 불리한 해전을 로마에게 유리한 육상전으로 전환한 전략이다.

 

참으로 평범하지만 위대한 발상이고 전략이지 않은가. 로마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육상전 환경을 만들겠다는 소망을 실현하는 데 사용한 것은 그저 작은 쇠갈고리에 불과했다.

 

우리 지역, 나의 농업·농촌 여건이 상대에 비한 불리함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거창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것 역시 하루아침에 달성되기 어렵다.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하는 동안 상대는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매우 작은 개선을 도모하는, 마치 ‘쇠갈고리’와 같은 아이디어와 노력이면 충분한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선거 후보들의 지역발전 전략건역시 지나치게 거창한 것이기 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한걸음 정도 발전시킬 수 있는, 작지만 현실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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