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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표시제 확대’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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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지현

농민신문 시론| 2010년  4월  19일
 최 지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식품의 원산지표시제는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원료 원산지표시와 음식점 원산지표시로 크게 구분된다. 원산지표시제는 소비자에게 농식품에 대한 정확한 출처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시장유통 질서를 바로잡음으로써 소비자와 생산자를 동시에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1994년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원산지표시제는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잘 정비돼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농식품 원산지표시와 음식점 원산지표시가 정착되고 있는 나라는 없다. 일본도 가공식품 원료 원산지표시가 일부 품목에 국한돼 있고, 음식점 원산지표시는 의무표시제가 아닌 자율표시제로 운영된다.

 

정부는 오는 8월5일부터 농식품 원산지표시 대상을 막걸리를 비롯한 주류, 천일염과 같은 식용소금, 배달용 치킨에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쌀과 배추김치의 원산지표시도 면적과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천일염의 원산지 둔갑 유통 사례가 크게 줄고, 국내산 쌀과 국산 원료를 사용한 치킨·막걸리·김치 등의 소비 확대가 예상되는 등 해당 품목의 유통과 소비 패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산지표시제의 확대 시행도 필요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천일염의 경우 생산 단계보다 유통 단계에서의 원산지 둔갑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감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천일염 생산이 산지별로 분산돼 있고, 자체감시의 요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조직 외에 천일염조합에도 원산지 감시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천일염에 대한 원산지 감시는 국내 천일염의 품질 특성을 고려해 쇠고기처럼 국내산에 대한 성분 분석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고 과학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쌀 막걸리는 제조업체의 90% 이상이 수입쌀을 사용하고 있어 제조업체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요구된다. 쌀을 이용한 약주, 탁주 등은 수입쌀 유통에 대한 추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효율적인 감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추김치는 원산지표시를 ‘반찬’에만 한정하고 있는데, 주메뉴 중심 표시 기준에 어긋나므로 김치를 이용한 김치찌개나 김치전골 등 주요 음식까지 표시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타당하다.

 

쌀과 김치에 대한 원산지표시가 영세한 음식점까지 확대됨에 따라 이들 영세업소에 대한 원산지표시 단속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영세업소에 대해서는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홍보와 교육을 실시해 당분간 단속보다는 계도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업체에 원산지표시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의 부정적인 인식만 주지 말고, 원산지표시제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제조업체나 외식업체를 모범 업체로 지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형태로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원산지표시제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농식품 이력추적관리제의 기반이 확충돼야 한다. 현재 쇠고기를 중심으로 이력추적관리제가 실시되고 있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모든 식품의 이력추적관리제는 즉각 도입이 어렵더라도 우선 원산지표시 대상 농식품을 중심으로 유럽처럼 취급단계별로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이력추적관리제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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